“10년전 에이즈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찾아내 치료하겠다는 생각을 밝혔을 때 사람들은 황당한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이 됐다”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넥솔’창업자로 26일 첫 방한한 토머스 메리건(66) 스탠포드대 교수는 29일 건국대에서 ‘에이즈 치료의 새 기술’강연을 갖고 “허황된 연구에 매년 300만~6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냉소를 이기고 연구가 성공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넥솔은 조명환(趙明煥)건국대 교수가 스탠포드 교환교수로 가 있을 당시 인연을 맺은 메리건교수와 노벨의학상(1976년) 수상자인 B형간염전문가 블룸버그 박사와 함께 6월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인천에 본사를 뒀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곧 설치할 계획. 에이즈 진단시약, 간염 백신등을 개발, 생산한다.
메리건교수는 1990년 에이즈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칵테일치료(2,3가지 약을 한꺼번에 투여하는 치료법)도 내성을 키운다는데 착안, 돌연변이의 매커니즘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에이즈약은 15가지가 있으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내성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메리건교수의 바이러스 유전자지도(genotype) 진단·치료법은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부분을 진단해 이에 맞는 약을 투여, 내성을 막는 방법으로 최근 유명제약회사인 로슈에 거액에 판매됐다. 그러나 에이즈환자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는 고가의 유전자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지역. 메리건 교수는 “2주전 음베키 남아공대통령이 ‘아프리카 실정에 맞는 싸고 간편한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해 면역시스템 강화치료법을 개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메리건 교수는 “최근 인간게놈 지도가 공개돼 에이즈 연구도 큰 전기를 맞게 됐다”며 “인간유전자를 변형해 백혈구와 바이러스가 붙지 않게 하면 병의 진행이 종료될 것”이라고 향후 에이즈 연구의 방향을 밝혔다.
메리건 교수는 1964년 세계 최초로 인터페론을 정제해 암치료의 전기를 마련한 인물. 1980년대초 미국에서 에이즈가 사회문제화하자 미국가보건원(NIH)이 주관하는 에이즈 연구의 책임자로 40군데 임상센터를 지휘해왔다. 메리건 교수는 지난달 30일 출국했다.
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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