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부터 의약분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시행되는 ‘계도기간’에 도리어 큰 혼란과 불편이 일어날 전망이다. 의료계와 약계가 이 기간중 서로 약사법개정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가운데 원외처방에 이은 약국 조제를 원하는 국민들은 처방전도 받지 못하는 등 틈바구니에 끼여 고통을 당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 제갈길 가는 의료계·약계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의약분업 이해당사자와 정부측 관계자는 30일 2차회의를 가졌지만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의료계와 약계가 회담테이블이 아닌 ‘장외’에서 ‘약사법 개정 밀어붙이기’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약계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문제’를 들먹이며 포문을 열었다. 의협은 신문광고나 각종 모임에서 겔포스 등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퍼붓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6일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국건수)’를 구성, 투쟁 홍보 교육 조직위원회 등 산하에 4개 위원회를 두고 반격에 나섰다. 약국을 운영하는 100여명의 위원들은 약국 문을 거의 닫은 상태다. 의사들의 주장대로 약사법을 뜯어고치면 의약분업 후 약국에서 약을 한통씩 사야해 의약품 오·남용 취지가 훼손된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 병협의 가세
의사와 약사의 틈바구니에서 숨을 고르던 병원 경영자 모임인 병원협회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병협의 가장 큰 불만은 외래약국 폐쇄. 6월말까지 셔터를 내려야 했지만 계도기간 운영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이 사이 병협은 외래약국 존치를 공식적으로 들고 나왔다. 병협은 29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7월10, 11일 이틀간 원외처방전을 발행키로 결정했다. 외래환자들에게 원외처방전 발행에 따른 불편을 부각시켜 병원 외래약국을 그대로 두려는 목적이 담겨있다.
그나마 종합병원마다 처방전 발행 방침과 일정이 달라 환자들은 찾는 병원에 따라 우왕좌왕할 공산이 크다.
■ 골탕먹는 국민들
30일에도 서울시내 병·의원과 약국에서 의약 분업은 ‘딴나라 이야기’다. 대다수 병·의원들은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약국들도 지금처럼 임의조제를 할 작정이다. 정부의 의약분업 홍보를 믿은 국민들은 갈팡질팡할 게 분명하다. 의사들의 원외처방전 발급도 어렵고,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약사들도 거의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S약국 김모(44)씨는 “7월중 병원에서 원외처방전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 약사는 없을 것”이라며 “팩스도 구입했는데 번호를 물어오는 병원이 한군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B안과 이모(39)원장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며 “한달이 지나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일부터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곳은 중앙대 용산병원과 경찰병원 등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병·의원은 환자가 원하는 경우 원내처방하거나 아직 방침을 정하지 않았고 약국도 임의조제를 한다는 입장이어서 ‘계도기간’은 유야무야할 가능성이 커지고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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