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재경등 "王회장 지분 팔아라" 공개압박현대 "분리신청 무기연기" 시간벌기 나서
현대자동차 분리문제를 놓고 정부-현대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사항’이란 이유로 말을 아껴왔던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과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까지 이젠 현대측에 불괘감을 표시하며,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지분매각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러자 공정위의 거부방침에도 아랑곳 않던 현대도 일단 역계열분리신청을 무기연기, 대립은 일단 소강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 단계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어 자동차 분리논란은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동일인 논란에 쐐기박은 공정위 = 공정위는 28일 밤 현대측에 “현대그룹의 동일인은 이제 정 전명예회장이 아니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의장이다”고 통보했다. “5월말 정 전명예회장이 계열지분을 모두 몽헌 의장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 현대의 동일인은 몽헌 의장이라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란 동일인(계열주)이 지배하는 기업집단(그룹)에서 계열사가 떨어져나오는 것. 몽헌 의장이 동일인이 된 이상, ‘역계열분리’는 동일인인 몽헌 회장이 스스로 분리하는 격이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비난강도 높이는 정부 = 현대가 역계열분리안을 내놓은 이후 정부의 분위기는 아주 냉담해졌다. 현대가 온갖 편법으로 상황을 피해가고 판단에서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현대에게 ‘자동차 분리의사’가 없으며, 따라서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할 의지도 없다고 보고 있다. 애써 언급을 피해왔던 재경부, 금감위까지 현대를 압박한 것도 이런 맥락.
28일 이용근 위원장이 “현대는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지분을 시장에 팔든, 몽구(夢九)씨에게 팔든 3%이하로 낮추는 것이 순리”라고 밝힌데 29일에는 이헌재 장관도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축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심하는 현대 = 현대측으로선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지분 9.1%는 손댈 수 없는 ‘성역’이다. 현대 관계자는 “이제는 더이상 묘안이 없고 계열분리신청도 당분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과의 약속인 자동차분리를 마냥 미룰 경우 또 한차례 ‘투명성 파동’을 겪을 수도 있다. 정부·시장의 압력과 그룹내 성역 사이에 끼어있는 현대로선 당분간 ‘시간벌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조재우기자
josus@hk.co.kr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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