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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soccer / 로마인은 패장책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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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soccer / 로마인은 패장책임 묻지 않는다

입력
200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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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본축구대표팀의 트루시에감독이 올 10월 아시아선수권까지 유임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괜시리 실소가 났다. 4월의 한국전서 패해 경질이 유력시되다가 최근 몇차례 좋은 경기를 보이고서야 유임소식이 나왔으니 말이다.이번 유럽선수권서 예선 탈락한 잉글랜드의 명장 케빈 키건감독이 선수들과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듣고, 네덜란드에 대패(1-6)한 유고 보스코프감독이 사임압력을 받으며, 독일의 리벡감독이 경질된다는 외신을 보면서 축구선진국도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다.

감독의 경질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팬들의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물론 축구협회의 책임 면피도 작용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감독의 능력문제때문이다.

축구경기의 특징은 경기에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대표팀 감독은 승패에 따라 엄청난 영욕이 교차한다.

9월의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의 성적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협회로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허정무감독도 성적에 따라 도중하차할 가능성은 매우 많다. 98년 프랑스월드컵서 조예선 한 경기를 남겨두고 경질된 차범근감독의 예를 보더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얼마전 우연히 배드민턴협회 김학석부회장을 만났다가 “배드민턴 대표감독이 장기집권(?)하는 이유”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전임 한성귀감독이 15년, 현 권승택감독이 4년째 사령탑을 맡고 있는 비결을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선수의 장단점을 속속히 파악하고 자신에 맞는 스타일로 키우기위해서는 주위의 여론에 신경쓰지 않고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몇년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일본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씨의 베스트셀러 ‘로마인의 이야기’를 인용, “로마인은 패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패장의 경험마저도 중시하는 로마인의 정신을 알 수 있는 구절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패장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배드민턴의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초 협회가 약속한 기간까지 임기는 보장함으로써 감독이 소신대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축구계와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승근 기자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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