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적어도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꿈이 있었다.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어른들은 하나같이 ‘그래, 넌 꼭 서울대에 들어가야 한다’‘서울대 들어가서 효도해야지’하셨다.서울대. 한번도 가본 적도, 본 적도 없는 학교. 그 학교만 들어가면 난 정말 행복해지는가. 그 학교만 가면 엄마 아빠한테 효도하는 건가. 그런 줄 알았다. 난 내가 정말 서울대도 갈 수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내 꿈의 전부였던 서울대는 중학교를 들어가면서 조금씩 달라져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대는 나만의 꿈이 아니었다. 내 친구, 내 친구의 친구, 모두의 꿈이었다. 그래서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우리 나라 입시위주의 교육이 낳은, 꿈을 가장한 강박관념이었다.
새벽 5시30분이면 내 동생은 일어나 학교에 간다. 6시40분부터 시작되는 아침 자율학습. 비좁은 교실 안에서 받는 빡빡한 수업. 그것도 모자라 저녁을 먹고나면 야간 자율학습까지. 그렇게 12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고 또다시 학원으로 독서실로, 내 동생은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난 그렇게 시계바늘에 맞춰 시간을 채워가는 학교가 싫어 학교를 그만두었고, 그 전까지는 들어본 적도 없는 전라도 영광에 있는 작은 학교에 내 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나도 함께 입학을 했다.
두번째 맞는 고등학교 입학,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 나에게 이곳 영산 성지학교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새로웠다. 교복이 아닌 자유로운 옷차림, 귀밑 몇센치의 단발머리가 아닌 노랗게 빨갛게 염색한 머리. 새로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내가 듣고 싶은 시간에 좋아하는 과목을 골라 내 스스로 시간표를 짜서 들어가는 수업이라 모두들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일반학교에 적응을 못한 아이들이었지만 여기서는 다들 열심히 수업을 듣는다. 또한 일반학교에서는 특별한 아이들만 드나들던 교무실이 심심하면 들어가 선생님과 놀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 물론 고민이 있을 때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우리들에게 꿈을 학습시키지 않는다. 꿈은 학습되거나 누군가가 강제로 주는 것이 아니다. 꿈이란 자신이 느끼고 자신만이 아는 것이다. 난 이곳에서 나만의 꿈이 생겼고, 지금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내 모습이 나는 좋다.
학교가 우리들에게 줘야 하는 것은 꿈을 꿀 수 있는 여유, 꿈을 구체화하는 지혜가 아닐까.
/박선영 전남 영광 영산성지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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