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파업 새벽 강제진압경찰이 29일 새벽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대규모 병력을 전격 투입, 파업농성 중인 노조원 1,000여명을 전원 연행했다.
특1급 호텔노조 파업에 대한 경찰의 이같은 초강경 대응은 전례없는 일로, 최근 의료대란 이후 정부가 불법집단행동에 대해 강력대처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앞으로의 파장이 주목된다.
경찰의 갑작스런 진압작전으로 상당수 외국인이 포함된 투숙객 400여명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며 서울 도심에서는 출근시간 내내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 진압
경찰은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이유로 오전 4시20분께 1,000여명의 노조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던 롯데호텔에 34개 중대 3,000여명을 투입했다.
경찰이 진입하자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농성중이던 노조원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지도부 농성장인 36·37층의 연회장으로 올라가 계단에 탁자와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뒤 분말소화기를 뿌리고 컵·접시 등을 던지며 맞섰다. 노조원들은 또 36·37층의 대형 유리창 20여장을 깨뜨린 뒤 ‘공권력 철수’ ‘노조원 연행중지’등의 플래카드를 창밖에 내걸고 시위를 계속했다.
노조원들이 완강히 저항하자 경찰은 오전 7시15분께 특공대 60여명을 동원, 섬광탄과 연막탄을 터뜨리는 전격 작전을 벌여 20여분만에 연회장에 모여있던 노조원들을 완전 진압했다.
◆ 연행 조사
경찰은 농성장에서 정주억(鄭柱億)노조위원장과 간부, 조합원 등 1,088명을 연행, 서울시내 경찰서에 분산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지도부 전원과 사진채증 작업 등으로 파악된 극렬시위자는 전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노조원 33명(여성 14명)이 다치거나 실신해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긴급후송됐으며 경찰 6명도 부상을 입었다.
◆ 투숙객 불편
새벽녘 진압작전이 시작되자 “불이 났느냐” “무섭다. 도와달라’ 등 투숙객들의 전화가 프론트 등에 빗발쳤다. 호텔측은 구내방송을 통해 “안전하니 나오지 말라” “빨리 체크아웃을 하라”며 우왕좌왕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미국인 필립 호엘셔(41)씨는 “창문 깨지는 소리와 폭발음, 정전으로 몇시간 동안 공포에 떨었다”며 “못잊을 경험을 했지만 다시는 한국에 오고 싶지 않다”고 출국을 서둘렀고, 일본인 소가베(曾我部·60)씨는 “전쟁이나 폭동이 일어나 죽는 줄만 알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태”라며 분개했다. 또다른 외국인 여성은 “엘리베이터도 정지돼 20층부터 방에서 걸어 내려왔다”며 “암흑 속에서 폭음과 섬광, 물세례 등이 난무, 호텔내부가 마치 전쟁터같았다”고 치를 떨었다.
/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배성규기자
vega@hk.co.kr
/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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