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국회의 인준동의안이 29일 통과됐다. 26, 27일 실시됐던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날 표결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인사청문회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말을 그렇게 하지 않았고 조심했을 것이라는 이총리의 발언은 인사청문회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다음달로 예정된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몇가지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첫째, 인사청문회는 국회의 대통령 견제를 의미하는 것이지, 여야의 대립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된 대통령제 아래서만 가능한 제도이다. 때문에 의원들이 당파적으로 질문하고 표결하는 것은 근본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이번에 보여주었던 여야간 창과 방패식 인사청문회라면 더이상 필요가 없다.
인사청문회법 협상에서 여야는 정권교체가 되면 말을 바꿀 것이 뻔한 주장을 고집하였다. 여당은 창보다 방패의 요소를 강조하였고, 야당은 방패보다 창의 요소를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 여당은 질문의 폭을 청문회 대상자의 직무수행 능력으로만 좁히려 한 반면 야당은 비리와 언행, 친인척 문제 등 개인적 사안에까지 넓혀 대상자를 흠집내거나 낙마(落馬)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여야가 바뀌지 않더라도 의원 개인이 당적 변경을 쉽게하는 현재의 풍토에서 지금 자신에게 유리한 법안이 앞으로도 계속 유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둘째, 우리의 고위직 공무원은 오로지 임명권자인 대통령만을 염두에 두고 국민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데 인사청문회는 이러한 현상을 억제시킨다. 그런 점에서 검찰총장처럼 비정파적이고 공평해야 할 자리는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연방검사 93명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셋째, 인사청문회는 임명직 공직자의 공약 발표장이다. 선출직 공무원이 선거공약을 통해 앞으로의 직무수행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에 비유된다. 미국의 인사청문회 특히 대법관 청문회의 주요 질문은 판결성향에 관한 것이지, 인신공격은 별로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는 기본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일부 공직후보들 때문에 기본에 대한 검증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부분의 비중이 커져야 한다.
어떤 사람이 해당 공직을 맡아야 하느냐에 기초하여 인사청문회에서 나올 필수적 질문과 선택적 질문이 작성되고, 그 문제은행에 대한 모범답안은 공직추구자의 매뉴얼이 되어야 한다. 이는 법보다 관행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인사청문회는 임명동의안 표결에 도움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행법으로는 질문의원의 거짓 발언과 청문대상자의 위증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 조사기간을 늘이고 자료협조를 강제하여 실질적 조사를 가능하게 해야한다. 지금처럼 조사기간이 짧고 정부의 자료제공도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는 바로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과 표결을 하면 되지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도 없다. 미국의 상원 표결이 위원회 표결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것도 오랜 기간에 걸친 위원회의 심도 있는 조사를 전체 상원의원들이 신뢰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사청문회와 인준표결의 공개는 필수적이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공직자가 국회를 의식하고 행동하듯이, 다음 선거에 출마할 의원의 표결은 국민의 여론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낮더라도 TV중계는 계속되어야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개정뿐만 아니라 관행의 확립도 필요하다. 이 또한 국민이 감시하고 요구해야 가능한 일이다.
/김재한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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