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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 / 사랑…무협…근데 왜 지루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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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 / 사랑…무협…근데 왜 지루하기만…

입력
200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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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무협의 문법 그대로이다. 몽고가 지배하던 원나라 말엽. 산천을 떠돌던 고려 유민의 아들 진하(신현준)와 몽고 장군 타루가의 서녀인 설리(김희선)의 사랑과 비극. 어릴 적 늑대의 공격을 받던 설리를 구해준 진하는 어른이 되어서도 언제나 그녀를 돌보아준다.

그러나 타루가는 그녀를 데려다 한족 출신 상인인 준광(정진영)과 정략결혼을 시킨다. 진하와 준광의 우정과 대결, 준광의 인간미. ‘비천무’는 김혜린의 13권짜리 만화를 영화로 옮겼다.

무협멜로 드라마로 원작의 배경인 중국 올로케이션. 상하이에서 600㎞떨어진 청명상하도 세트장. 제작비는 무려 41억원. 주연배우는 무협영화 ‘은행나무 침대’에서 무사로 스타덤에 올라선 신현준, 그리고 늘 “나 예쁘지?”표정짓는 김희선.

황당무개하면 ‘만화같다’고 한다. 그래도 만화는 재미있으면 단숨에 읽힌다. 만화 13권도 단숨에 읽히는데 왜 2시간 10분짜리 영화를 감상하는데 그토록 지루할까. “미안해, 또 널 혼자 남겨 두게 되어서” “보름 때마다 소홍의 우화정에서 너를 기다리겠어” 원수의 딸이자 사랑하는 여인인 설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멜로 드라마의 달콤함을 가졌고, 땅 속으로 파고 든 내공이 상대의 몸을 반토막 내는 ‘비천신검’의 액션이 토막토막 볼거리를 준다. 그러나 당연히 그래야 할 당위성을 배반하고, 드라마는 2박자의 노래를 되돌이표로 반복해 부르듯 지루하게 나열하고, 멜로와 액션을 억지로 짜깁기 했다.

‘동방불패’의 무술감독에게 맡긴, 지붕 위를 날아가듯 뛰는 진하가 이끄는 ‘철기십조’의 와이어 액션 (몸에 줄을 매달고 펼치는 연기), 진하와 준광의 대결장면은 그럴듯 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이미 ‘동방불패’ ‘동사서독’에서 다 본 것들이다. 우리의 무협은 아니다. 백번양보해 ‘비천무’가 그런 기술들을 배울 좋은 기회였다고 한다면 41억원은 너무나 큰 낭비이다.

만화적 상상력은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비천무’는 기존 중국 무협물과 한국 TV드라마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했을 뿐, 새로운 공간에서의 영상미학을 창조할 엄두도 내지 못냈다.

카메라는 반복적이고 관습적이며, 무술은 감초다. 그 감초로만 약의 효능을 보려 하니 허탈할 뿐이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잃어버린 애인을 찾으려는 무사 진하의 강렬하고, 애절해야 할 눈빛이 몽롱해 무협액션 영화를 보면서도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한 사계절의 판타스틱한 분위기, 온 몸에 화살을 맞고 벼랑으로 추락하는 진하, 가상의 소홍거리는 극사실주의에 가깝도록 섬세하고 깔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체감하는 상영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웅대한 신화적 구조는 고사하고 만화의 스토리를 기계적으로 압축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얘기다. 진하가 고려인이라는 것은 “그래도 이 영화는 100% 중국 무협 카피(Copy))는 아니다.

일부 우리의 이야기다”라고 한국 관객에게 강조하지만 영화 정서나 서사에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비천무’는 곳곳에 사람의 몸이 갈라지고 피가 튀는 데도 ‘12세 관람가’을 받았다. ‘아나키스트’의 ‘18세 관람가’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후하다는 인상이다. 김영준 감독. 1일 개봉. 오락성★★★  작품성★★☆ (★5개 만점 ☆은 절반,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박은주기자jupe@hk.co.kr

■[이렇게하면 실패] 맹목적 스타시스템은 必亡?

‘드라마 불패(不敗), 영화 필망(必亡).’

설령 영화 ‘비천무’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고, 그 이유가 그녀의 예쁜 얼굴을 보기위해 몰려든 20대들(관람등급을 12세로 받았으니 10때까지) 때문이라 하더라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적어도 영화에서 김희선의 연기는 우리가 “드라마와 영화는 다르고, 스타는 얼굴로 반은 먹는다”하더라도 민망할 정도이다.

‘신현준의 비장미와 김희선의 비극적 운명’이란 두 박자의 지루한 리듬 속에서 그녀는 동정심을 유발하려 애쓰지만 눈은 관객을 보며 ‘나 이쁘지?’를 연발한다.

더구나 영화는 예쁜 옷 입히기에만 열중하고, 카메라는 어느 각도와 크기로 잡아야 그녀가 예쁠지 고민한다.

오죽하면 김영진(영화평론가)은 “아무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형편없는 이야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친다 해도 이 한국형 블록버스터 ‘비천무’처럼 아마추어 연기를 장식으로 포장하지는 않는다”고 했을까. 이야기가 유치한 것은 현란한 테크놀로지로 감출 수 있지만 배우가 연기를 못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비천무’, 그리고 김희선의 비극이다. 더 큰 비극은 ‘패자부활전’(1997년)과 지난해 ‘카라’의 실패를 겪고도 아직 그녀는 모르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TV드라마 ‘미스터 Q’ ‘토마토’에서의 인기는 무엇 때문인가. 절반은 ‘얼굴’때문이겠지만 적어도 나머지 절반은 연기 덕분이다.

그녀의 장점은 자연스런 일상적 연기. CF스타의 이미지가 계속 결합하면서 일상적 연기를 상승효과를 탄다.

하지만 긴 시간 반복된 이미지를 통해 시청자와 감정을 공유하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단시간 관객을 설득시켜 끌고 가야 하는 힘과 섬세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얼굴 만으로는 할 수 없다. ‘자귀모’에서처럼 소화할 수 없는 데도 단지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제작자가 캐스팅 욕심을 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결국은 그녀의 책임이다.

적어도 책을 읽는 듯한 대사 정도는 작품의 내용을 파악하고 고쳐야 했다. 그것조차 ‘예쁜 스타’이기 때문에 면죄부가 된다고 생각하고, 한국 영화계 역시 맹목적인 스타시스템에 빠져 지나친다면 배우 김희선의 ‘필망’은 계속될 것이다.

이대현기자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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