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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살리자] (3) 갯벌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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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살리자] (3) 갯벌이 죽어간다

입력
200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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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평가 무관" 소규모 간척 끝없어지역주민들의 갈대보호운동과 골재채취 반대운동으로 우리에게 새삼 그 가치가 확인된 순천만 갯벌. 시가 주민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 골재채취 사업 승인을 철회하면서 갯벌보존운동의 성지처럼 돼 있는 곳이다.

해질 무렵 순천만에는 삶의 냄새가 배어난다. 갯벌로 ‘맛’을 채취하기 위해 나갔던 흙투성이의 아낙들이 물이 들어오자 1.5㎙길이의 밀배를 밀면서 돌아온다. 그러나 굴삭기와 불도저의 굉음, 분주하게 오가는 공사용 트럭, 갯벌을 메꾼 대형골재는 이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유린하고 있다. 실버타운 건설 현장이다.

갯벌 수천평을 메우는 이 공사로 주변 1㎞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했다. 흰 먼지가 덮이면서 조개가 폐사했고 물새들도 자취를 감췄다. 해변에 있는 야산도 절반이 잘려나갔다. 세계적인 희귀조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80-110여마리가 찾아와 월동하는 장소 바로 옆에는 현장사무소가 들어섰다.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의 한 활동가는 순천만 보전을 위해 수년간 들여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현장에서 “갯벌을 이처럼 파괴하는 공사를 허가해준 시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우리나라 갯벌은 매일같이 사라져 간다. 정부가 1998년 대규모 간척을 모두 중단키로 했지만 당국의 환경영향평가나 환경성 검토가 필요없는 소규모의 간척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결국 갯벌을 모두 없어질 것이다.”갯벌보존운동가인 성공회 강화도 화도면 장화리교회 강광하(姜光夏)신부의 생각이다.

최근에는 대하양식장에 의한 갯벌파괴가 심각하다. 강화군 화도면 흥왕리 속칭 물꽝. 아늑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수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물이 잔잔한 전형적인 해안습지다. 지난해에는 전세계에 550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가 40여마리나 날아와 먹이를 구하던 곳이다. 올해초 여기에 대하양식장이 들어서고 진입로가 개설되면서 수백평의 습지가 잠식됐다. 대하양식장에서는 염소소독을 한 물이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번창하고 있는 대하양식장은 갯벌을 지나치게 훼손해 1999년 람사협약(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코스타리카 회의에서 금지 권고안이 채택됐다. 그러나 ‘투기’라고 불릴 정도로 시세만 좋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다 해양수산부가 어촌소득진흥 방안으로 적극 권장하고 있어 갯마을 사람들이 속속 뛰어드는 것은 물론 어업권을 임대, 양식을 벌이는 ‘꾼’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염전지역에 대하양식장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과 백수읍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의 염전지역. 염전은 갯벌이나 염습지를 없애고 조성됐지만 비교적 자연을 덜 파괴하는 생산방식이다. 더구나 80년대 값싼 중국산 소금이 대거 수입되면서 영광군 일대 염전은 30%정도가 폐허화해 자연 염습지와 비슷한 상태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대하양식 붐을 타고 이 지역에는 요즘 자고 나면 염전이나 폐염전이 양식장으로 바뀌고 있다.

도로에 의한 갯벌 파괴도 심각하다. 특히 강화도는 해안도로를 주로 갯벌쪽으로 내 육상생태계와 연결되는 갯벌을 찾기 힘들다. 제2강화대교(인천 강화군 길상면-김포시 대곶면)와 연결되는 초지진 일대에도 현재 해안도로가 건설중인데 물골이 잘 발달된 뻘을 완전히 파헤쳐 놓았다.

서해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아산만 갯벌은 폐그물로 신음한다. 서해대교 공사에 따라 갯벌 어업권에 대한 보상을 받은 어민들은 설치해두었던 그물을 걷어내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본보·환경운동연합 공동 특별취재팀

사회부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사진부 이종철기자 bellee@hk.co.kr 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환경운동연합 갯벌팀 장지영팀장 jangjy@kfem.or.kr 김경원간사 kimkw@kfem.or.kr

bellee@hk.co.kr

원유헌기자youhoney@hk.co.kr

■갯벌이 파괴되면 바다도 무사하지 못하다.

남해의 최대 어장 가운데 하나인 광양만. 그러나 이곳은 지금은 남해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바다로 변했다.

1970년대 여천공단, 80,90년대에는 광양제철소를 짓기 위해 계속 매립이 이뤄졌다. 현재도 전남도가 율촌공단을, 컨테이너부두관리공단이 컨테이너항을 세우기 위해 간척을 진행중이다.

이동원(李東元·36)광양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은 “제철소를 비롯한 오염물질 배출시설은 엄청나게 늘었는데 이를 정화해줄 수 있는 갯벌은 완전히 사라졌다. 더구나 간척지가 광양만을 돌아나가는 해수흐름을 차단, 바닷물이 정체하면서 수질은 악화일로에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바다의 관리수질기준은 총질소와 총인이 3급수(총질소 200㎍/ℓ 총인 30㎍/ℓ) 범위 안에 있어야 하지만 광양만 바닷물은 최고 6배나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특히 산업 특성상 중금속 오염이 심해 검출돼서는 안되는 수은이 4차례 나왔고 구리 아연 크롬 등도 기준치를 1-8배 넘고 있다.

심각한 연안오염으로 95년 저서동물의 서식밀도가 80년대의 절반으로 감소했고 암컷의 몸에서 수컷의 성기가 자라는 생식이상 현상이 고동류에서 관찰됐다. 또 오염물질로 해역 수온이 상승하면서 도다리 수조기 넙치 등이 사라졌다. 때문에 인근 하동 등에서 어획고가 10년새 30% 가량 감소했다.

특별취재팀

■해상광업허가로 파괴위기 맞은 장봉도 앞바다

우리나라 4대 새우젓 산지인 인천 옹진군 장봉도 앞바다 갯벌. 질 좋은 모래갯벌과 풍부한 영양염으로 새우뿐만이 아니라 꽃게 조피볼락 우럭 농어 밴댕이 준치 등 어류가 무진장으로 널려 있는 황금어장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지난해 이곳 갯벌 9만㎡에 대해 H사가 낸 광업권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역환경단체들은 “국립수산진흥원 서해수산연구소의 조사에서 이곳 토사가 광물자원 함유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 점으로 미뤄 결국 갯벌 흙의 채취가 주요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광물이 목적이든, 토사가 목적이든 일단 이곳에서 채취작업이 시작되면 갯벌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사업예정 수역 북서쪽 2.7㎞에 인공어초가 있고 강화군 화도면 해역도 양식사업이 번창하고 있어 수산업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장봉도 주변해역 8만여평에는 이같은 광업권이 무려 30개나 설정돼 있고 여러 채광업체들이 이 수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업체들은 조만간 채광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되면 갯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 뻔하다.

특별취재반

■각종 간척사업 갯벌파괴 '주범'

우리나라에서 갯벌을 가장 많이 훼손한 사업은 간척이다. 간척으로 인해 1966년 229만3,000㏊에 달하던 우리나라 갯벌이 198만5,000㏊로 감소했고 앞으로도 15만6,000㏊의 갯벌이 메워지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척은 고려 고종 22년인 1235년 몽골의 침임에 대비 강화도에 제방을 쌓은 것이다. 그후 일제가 1921년 공유수면매립법을 공포한 이후 군량미 확보를 위해 잇따라 간척사업을 진행시켰다.

해방 이후 50년대말까지는 소강상태를 보이다 60년대 들어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이 네덜란드 간척 사업을 모델로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다. 당시 간척사업은 동진방조제 등 주로 농지개발을 통해 식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70,80년대에도 남양 아산 삽교천 영산강 등 농토 확보를 위한 간척이 잇따라 진행됐다. 이 시기에 현대에 의해 서산 간척이 이뤄져 나중에 특혜시비가 일기도 했다.

90년대에는 시화 새만금 등 농·공업을 병행하고 도시기능도 담당하는 다목적 간척이 진행됐다. 또 제철소 공단 등을 위한 간척사업도 속속 이뤄졌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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