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들은 미셸 플라티니(45)에게 붙여준 ‘축구영웅’칭호를 지네딘 지단(28)에게 부여하는데 더이상 주저하지 않는다.어린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플라티니를 보며 미래를 꿈꿨다는 지단은 이번 유럽선수권서 어느덧 ‘지존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전문가들은 지단을 마라도나, 마테우스 등에 견주기도 하지만 천재성만큼은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외신은 지단을 1984년 유럽선수권 우승을 이끈 미셸 플라티니와 비교한다. 이번 대회 8강전과 4강전서 보여준 지단의 활약은 84년 유럽선수권 결승과 준결승의 재판(再版)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결승서 스페인과 격돌, 플라티니의 프리킥골과 발군의 플레이메이킹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스페인과의 8강전서 지단은 플라티니처럼 프리킥골과 빼어난 게임운영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84년 대회 4강전에서 프랑스는 포르투갈에 3-2로 역전승했다. 결승골은 당시 29살이었던 플라티니의 작품. 이날 포르투갈과의 4강전 역시 지단은 플라티니가 그랬던 것처럼 PK로 골든골을 넣었다.
플라티니와 지단은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배번(10)과 역할부터 같다. 공로도 비슷하다. 플라티니는 80년대 ‘축구 2류국’ 프랑스를 ‘열강’대열로 이끌었다.
83-85년 3년 연속 유럽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제2의 플라티니’ 지단은 94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 프랑스를 일약 98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고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공을 발에 붙이고 다니는 듯한 신기의 드리블, 정교한 슈팅력, 플레이메이커로서 예리한 시야와 카리스마 등도 닮은 꼴. 플라티니는 배우 뺨치는 외모로 국민들의 눈까지 기쁘게 했고, 지단은 강한 눈빛과 석고상처럼 각진 인상으로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의 얼굴을 대변해준다는 평을 듣는다.
지단이 이번 대회서 프랑스를 우승시킨다면 84년 유럽선수권 우승을 이끈 플라티니와 똑같은 길을 걷게 된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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