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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소액주주 집단소송제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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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소액주주 집단소송제의 도입

입력
200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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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법무법인 등은 최근 정부로부터 2단계 기업지배구조개선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집단소송제 도입안을 내놓았다. 집단소송제는 소액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승소하면 다른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하지 않고도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이를 놓고 ‘개미군단’의 권한 강화및 경영진 독단 견제를 내세운 소액주주들과 경영압박을 우려하는 기업측의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찬성

/김준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 새로운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믿지 못하고, 회사의 공시를 믿지 못하고, 투신사의 자산운용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현재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신뢰의 상실을 가져온 주요 원인중의 하나는 아직도 많이 자행되고 있는 각종 부실공시, 불공정거래행위, 편법운용 등이 전혀 억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투신사들의 대우채 불법편입, 신동방의 내부자거래사건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증권사기사건들은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의 희생하에 대주주의 전횡에 따라 자신들의 부당이익을 취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집단사기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현실적으로 배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수십만명의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개별적으로 선정당사자를 선임해야 하는 현재의 소송제도아래서는 극히 일부만이 소송을 내고, 나머지는 구제 받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증권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투자자 한 사람이 소송을 해도 그 결과가 해당기업의 모든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효과면에서나, 비용면에서 실질적인 권리의 구제수단이 되고 대주주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이 된다. 또한 분식회계, 부실공시나 시세조종에 가담한 사람들은 발각될 경우 투자자 전원의 손실을 배상해 주어야 하므로 불법행위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증권 집단소송제도가 우리 소송제도와 부합하지 않는다느니, 소송의 남용이 우려된다느니, 시기상조라느니 하는 반대론을 편다. 하지만 우리 나라같이 기업지배구조가 잘못되어 있고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지배주주나 총수가 다수의 투자자 이익을 해칠 경우 이를 어떻게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인가. 우리의 자본시장을 공정한 선진시장으로 도약시키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느냐 아니면 일본과 같이 실물경제는 튼튼해도 자본시장의 후진성으로 고생하느냐는 집단소송제의 도입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

/엄기웅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최근 정부의 요청으로 법률자문단이 마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은 기존대주주나 오너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사외이사와 소액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자칫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저하될 뿐 아니라 과도한 제도 변화로 인한 경영혼란으로 경쟁력 강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집단소송제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주주 집단소송제는 집단 피해 구제제도의 하나로 1명 또는 여러명의 주주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 배상을 청구해 승소했을 때 다른 주주들도 별도의 재판없이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개별 당사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민사소송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주주들의 집단피해를 구제하고, 나아가 소수 주주권의 강화를 통해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되는 제도이다.

물론 집단소송제가 소액 주주를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기업에 압박을가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면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너무 많다. 특히 기업 오너나 경영자의 권한을 지나치게 견제할 소지가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영의 안정성이 흐트러져 보다는 오히려 기업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형 회계법인이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가 집단 소송에 휘말려 파산한 사례가 1980년대 자주 일어났다. 그 후 소송의 범위를 대폭 줄이고 소송을 제기하는 주주의 피해입증 책임을 강화해 집단 소송의 남발을 막는 장치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경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판단 존중의 원칙이 강조되면서 소송하는 측의 승소 가능성마저 크게 줄었다. 기업의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우리 몸에 해롭듯 너무 많은 경영권견제 장치는 기업을 해치고 경제를 망친다. 그중에서도 집단소송제는 그 피해가 너무 커서 의사가 조제를 피하게 만드는 하급처방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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