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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절약은 궁색한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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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절약은 궁색한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입력
200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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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듯, 도시에 사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주부들은 특별히 낭비를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모 세대처럼 악착스럽게 아끼며 살지도 않는다. 그래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한 하고싶은 일은 하고, 좋은 물건 있으면 사면서 사는 게 우리 세대 주부들의 일반적 모습일 것이다. 그런 내가 생각을 조금 바꾼 것은 얼마전 교육방송에서 한 여류 소설가의 알뜰한 삶을 본 뒤 였다. 그 소설가는 음식점에서 한번 입을 닦은 네프킨을 챙겨 와 다시 화장지로 쓰고, 남이 버린 가구를 잘 수리해 사용했으며 물 한방울도 그냥 흘리는 법이 없었다. 경제적으로는 꽤나 부유하면서도 이처럼 알뜰살뜰하게 절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그만 충격을 받았다.그뒤 나는 생활 방식을 약간 바꾸었다. 그 소설가를 모두 다 따라할 수는 없더라도 수돗물만은 아껴보기로 했다.

우선 세숫대야와 조그만 물양동이 두개를 준비했다. 세수는 세면대 대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했다. 또 비누 거품이 많아 지저분한 물과 얼굴을 헹군 비교적 깨끗한 물을 각각 다른 양동이에 모았다.

지저분한 물은 주로 변기 세척용으로 사용한다. 깨끗한 물은 화장실 청소용으로, 또 화분에 물줄 때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특히 놀란 것은 변기 세척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었다. 그냥 레버만 누르면 변기에서 저절로 물이 내려가기 때문에 세척수가 얼마나 사용되는 지 몰랐는데 양동이로 모은 물을 직접 붓다보니 그 양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아이들에게도 단단히 일렀다. 컵에 물을 따라 마실 때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다 마실 것과 양치질할 때도 꼭 컵에 물을 받아 사용하라고.

나는 물 아끼기를 시작하면서 ‘혹시 내가 너무 궁색하게 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그렇게 해보니 오히려 즐거워졌다. 아직까지 부과는 않됐지만 이번달 수돗물 사용료가 얼마나 나올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도 꼭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중수도를 확대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다. 행정 당국은 그동안 말로는 중수도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큰 가시적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인정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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