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맘편히 쉴곳 어디 없을까?"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오랜만에 맞는 파란 하늘과 맑은 햇살은 도시 탈출을 자극하고 있다.
새 천년 첫 휴가는 어디에서 보낼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유명 관광지는 벌써부터 북적거린다.
인파를 벗어나 아담하고 고즈넉한 곳으로 행선지를 잡아도 좋을 듯하다.
작지만 아름다운 해변과 계곡을 각각 5곳씩 추천한다.
바다
■강원 강릉시 안목해수욕장
강릉하면 떠오르는 곳이 경포대. 그래서 휴가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안목해수욕장은 경포해변과 연이어 있지만 그 분주함에서 벗어나 있다. 외지인은 모두 경포에 몰리면 정작 강릉시민은 안목해변을 찾아 한적한 물놀이를 즐긴다. 고운 백사장과 맑은 물이 매력적이다.
백사장 옆에는 고작 10여척의 어선이 드나드는 작은 포구 안목항이 있다. 남대천의 물줄기가 바다로 빠지는 곳이기도 해 낚시꾼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하구를 뒤덮는 갈매기 떼가 장관이다. 해수욕장 입구에 에디슨의 발명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참소리 박물관이 있다.
■동해시 추암해수욕장
촛대바위와 일출의 명소로 유명해진 곳. 그러나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여행객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해변의 길이는 200여㎙에 불과하지만 남아있는 피서객은 여유있게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추암의 가장 큰 매력은 동해시의 여러 명소와 가깝다는 점. 자동차로 10분만 달리면 국민관광지 1호인 두타산의 무릉계곡과 국내 유일의 도심 동굴인 천곡동굴 등에 닿을 수 있다.
작은 백사장에 실증이 나면 인근의 삼척해수욕장, 망상해수욕장 등 넓은 해변으로 언제든지 옮길 수 있다. 해돋이를 보러 오는 관광객을 위해서 주차장 등 제반 시설을 충분히 마련해 놓았다.
■경남 남해군 사촌해수욕장
작지만 섬세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해변. 남해도의 왼쪽 끄트머리에 놓여있다. 아는 사람들만 쉬쉬하며 찾는 곳이다. 해변의 모래가 밀가루처럼 곱고 부드럽다. 해수욕장 앞으로는 여수만이 펼쳐지고 여수만 너머로 갓김치로 유명한 돌산도가 버티고 있다. 저녁이면 돌산도 위로 해가 넘어간다.
여수만이 온통 붉은 색에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남해대교를 건너 1024번 해변도로로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1024번 해안도로는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꼽히는 길. 남해의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이 시야에 가득 찬다. 섬사이로 떠오르는 해돋이가 압권인 금산의 보리암에 들르는 것을 잊지 말도록.
■전남 고흥군 나로도해수욕장
고흥반도의 맏아들 격인 나로도는 외나로도, 내나로도등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육교와 연도교로 이어져 이제는 섬 아닌 섬이다. 배를 타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섬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나로도에는 나로도, 봉래, 염포해수욕장등 모두 세 곳의 해변이 있다. 울창한 송림을 지나 만날 수 있는 하얀 모래밭이 아름답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시설과 관리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고흥반도 서남쪽에는 한센병 시설로 유명한 소록도가 있다. 녹동항에서 수시로 왕복하는 배를 타면 5분이면 닿는다. 일반인의 방문이 가능하다. 일제시대부터 환자들이 가꿔온 소록도공원이 압권이다.
■전북 군산시 선유도해수욕장
선유도는 고군산군도의 한가운데에 있는 섬. 방파제처럼 섬들이 둘러서 있어 파도가 거의 없다.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섬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선유도해수욕장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본 섬과 작은 섬을 파도가 만들어 놓은 긴 둑(사구·砂丘)이 연결하고 있다.
둑의 한쪽은 하얀 모래밭이고 다른 한쪽은 갯벌이다. 해수욕장은 모래밭 쪽이다. 물놀이에 지치면 둑을 넘어 갯벌 쪽으로 간다. 조개, 게, 고둥 등이 지천이다. 선유도의 가장 큰 약점은 물이 부족하다는 것. 먹는 물을 챙겨가야 하고, 개운하게 샤워를 즐기기 어렵다. 모기약도 필수. 군산항에서 하루에 두 번씩 연락선이 오간다.
계곡
■강원 평창군 금당계곡
맑은 물로 유명한 평창강의 상류. 비포장도로로 진입해야 한다. 오지처럼 인식되다가 최근에는 트레킹과 래프팅의 명소로 떠올랐다. 열목어가 사는 1급수가 기암의 절벽 사이로 굽이친다. 허리까지 물에 담그고 한가롭게 견지낚시를 즐기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물이 불어나면 역동적인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빠져 봉평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연거푸 두 번 좌회전, 시멘트포장길로 접어들면 계곡물이 보인다. 특별한 숙박시설은 없고 길을 따라 민박집이 드문드문 있다.
■강원 양양군 어성전계곡
은어와 연어의 모천인 양양 남대천의 상류이다. 물고기가 성과 밭을 이룬다는 의미의 마을 이름부터 매력적이다. 몇년 전만 해도 외지인의 출입이 거의 없었는데 두 갈래의 포장길이 생기면서 왕래가 많아졌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마을에 민박집이 많다. 한나절 다리품을 팔면 오지로 손꼽히는 법수치마을에 다녀올 수 있다. 양양 옛다리를 건너 우회전,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지방도로를 타고 22㎞를 달리면 된다. 이 도로는 빼어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강변길이다. 하조대 인근의 광정리에서도 진입할 수 있다.
■강원 삼척시 동활계곡
태백시와 삼척시 원덕읍을 잇는 427번 지방도로의 한 가운데에 있다. 태백시를 벗어나 첩첩산중을 감아도는 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 느낌이 범상치 않다. 길은 청정옥수가 흐르는 계곡을 타고 계속 산 아래로 내려간다.
위로는 까마득한 절벽이 펼쳐지고 그 돌봉우리에 가지를 뒤튼 소나무들이 매달려 있다. 민속유물인 신리 너와집, 강원도에서도 가장 골이 깊다는 덕풍계곡 등에 들를 수 있다. 싼값에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는 임원항이 가깝고 가곡자연휴양림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도 있다.
■강원 인제 아침가리골
인제군 기린면 조경동. 오지 트레킹이나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곳이다. 땅이름은 ‘아침나절 밭을 갈면 더 갈 땅이 없다’는 의미로 골짜기의 깊음을 대변한다. 모든 전란이 비껴간 첩첩산중인데, 삼척·울진지역 무장공비 침투 때 격전이 벌어져 사망자가 났다.
한때 200여명의 주민이 있었고 지금은 세 가구 세 명의 남자만 살고있다. 인제군 현리와 홍천군 내면 광원리 등에서 진입할 수 있다. 걷는다면 적어도 1박2일은 잡아야 한다. 지금은 폐교된 방동초등학교 조경동분교 건물에서도 잠을 잘 수 있다. 전기, 전화는 물론 이동통신도 두절되는 오지중 오지이다.
강원 화천군 삼일계곡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에 화천은 군사지역이어서 관광객이 뜸한 지역. 그 중에서도 삼일계곡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따금 군 장병과 면회온 가족들이 찾아 회포를 푸는 정도이다. 티끌 하나 없는 물이 바위를 씻어내며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본격 개발되고 있는 광덕계곡이나 평화의댐, 파로호 등 인근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통하는 6번국도를 타다가 신포리 검문소에서 좌회전 56번 국도로 약17㎞를 달리면 왼쪽으로 삼일리가 보인다. 경기 포천군 이동면에서 백운계곡을 넘어도 된다. 삼일계곡은 지난해 수해 때 피해를 입기도 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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