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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화정 로데오거리 '무법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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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화정 로데오거리 '무법천지'

입력
200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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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음주 흡연 공공연, 구청·경찰은 '뒷짐'26일 오후7시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속칭‘로데오거리’의 한 커피숍. 하얀교복 차림의 여중생 3명이 한쪽 구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여주인은 한술 더떠 태연한 표정으로 재떨이를 비워주고 연신 생맥주까지 날랐다. 이같은 청소년 탈선의 현장은 로데오거리 곳곳에서 쉽게 목격된다.

해 저물면 탈선의 거리 고양시민들이 즐겨 찾는 로데오거리는 해가 저물면 ‘탈선의 거리’로 돌변한다. 청소년들이 떼 지어 다니면서 패싸움을 벌이고 돈을 빼앗는 강력사건이 빈발해 주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화정동파출소의 한 직원은“술집과 음식점이 집중돼 있어 밤마다 크고 작은 폭행사건이 잦다”며“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는 신고도 하루에도 몇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로데오거리라는 명칭은 3년전 화정역광장~화정근린공원간 1.5㎞ 구간에 자리잡은 상가 번영회가 영업 활성화를 위해 붙인 이름. IMF사태 이전에는 술집 음식점 옷가게 등 600여개 업소가 있었으나 최근 경기회복을 틈타 나이트클럽 호프집 오락실 음식점 등 유흥업소 200여개가 들어서 성업중이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각종 학원이 즐비한 로데오 거리에서 돈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하는 학원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중고생 입시학원인 H학원 관계자는 “학원생들이 또래 학생들의 폭력이 두려워 학원 오기를 꺼릴 정도”라고 전했다.

주민 오모(36·여·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씨는“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일부 초등학생들이 행인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각종 불법행위 난무 로데오 거리 주변은 불법주·정차도 극성이다. 최근 나이트클럽 2곳이 문을 열면서 차량들이 교행하기 힘들 정도로 불법주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음식점들은 보도에 탁자를 내놓고 먹자판을 벌여 주차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업소마다 앞다퉈 입간판을 거리로 내놓는가 하면, 도로 바닥 곳곳이 나이트클럽 등의 불법 광고물로 도배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자녀들과 함께 로데오거리에 가끔 나온다는 김모(47·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씨는“우리 아이들이 비행청소년들을 따라하고 피해를 당할까봐 겁이 난다”면서“관할구청과 경찰은 단속은 커녕 주의 한번 주는 것을 못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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