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들은 인간게놈 지도의 초안이 발표되자 바이오산업에 대한 대규모투자와 함께 연구 인력의 확충, 기술개발 등 21세기 최대의 산업혁명이 될 생명공학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다국적 컨소시엄으로 이번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 참여한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의 바이오산업 실태와 전망을 살펴본다.
■미국: 미국이 이번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것은 과학·기술의 연구 및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정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정책이 밑거름이 됐다.
미국의 과학·기술에 관한 연구 및 개발을 이끄는 정부기관은 크게 국방부, 에너지부, 항공우주국(NASA), 국립보건원(NIH) 및 국립과학재단(NSF)등 5개.
이들 기관은 올 회계연도의 경우 820여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나 외부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은 채 모두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번 HGP와 같은 대규모 투자사업의 경우, 미 대통령 직속으로 백악관에 설치된 과학기술정책실(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이 나서 중복투자를 막는 교통정리의 역할을 할 뿐이다.
생명공학과 관련된 부처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NIH, 에너지부, 농무부, 환경청 등이 있는데 이중 NIH는 암과 에이즈 등 각종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연구를 주로 해왔다.
NIH내 13개 연구소 중 하나가 이번에 개가를 올린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다.
미 수도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NIH는 대통령이 소장을 직접 임명하고 그 예산도 연구소측이 직접 대 의회 활동을 통해 확보할 정도로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
NIH는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한 특허출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상당한 수입원인 로열티로 연구원들에게 연간 15만 달러까지 보상해주는 제도를 도입, 연구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영국: 영국은 생명공학 연구의 원조이자 첨단대열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은 1953년 정부 지원하에 DNA 구조를 처음 밝혀냈음은 물론 1979년 인간게놈 전체지도를 작성하자고 제안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생거센터에 있는 영국 과학자들이 이번 게놈지도 작성의 3분의1을 맡았다.
영국은 현재 1만4,000명의 전문인력과 270개 생명공학 전문기업, 바이오컴패터블스, 옥스퍼드분자, 케임브리지항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학 및 임상연구 그룹들을 보유하고 있다.
제약업계가 매년 30억 파운드를 투자할 정도로 민간업계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천문학적이다. 생명공학의 연구결과로 혜택을 보는 연관산업 역시 175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하다. 또 유럽내 생명제약회사의 44%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영국 정부는 정보기술(IT) 혁명 다음에는 생명공학 혁명이라는 전망하에 지난해 말 64쪽에 달하는 ‘게놈밸리_영국에서의 생명공학의 경제적 잠재력 및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고 정부지원의 확대 등 생명공학 진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프랑스: 이번 인간게놈 지도 초안 작성에 참여한 프랑스는 세계 과학계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생명공학 부문의 선진국이다.
한 제약회사의 생명공학 연구개발비만 연간 6,000만 달러(약 720억원)에 이를 정도며 유전공학을 기초로 한 프랑스의 제약산업은 수출면에서 세계 4위에 올라있는 매우 앞선 분야다.
프랑스 게놈연구의 축은 1996년 설립된 국립유전자연구소(CNS)다. 현재 150여명의 연구원이 세균과 동식물의 생명체 유전정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당면과제는 인간의 14번째 염색체의 유전자를 규명하는 일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 연구소에 연간 8,000만프랑(약 12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100년 전통의 파스퇴르 연구소도 올해 예산만 약 10억프랑(약 1,600억원)으로, 51개의 게놈관련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며 이중 23개는 산업체와 협력하에 추진중이다. 또 원자력위원회(ACE)에서도 의학분야에서 생명공학과 관계된 방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X선 및 자기공명 영상기술 향상이 주된 과제다. 농식품 분야에서는 좀 더 저항력있고 생산성 높은 종자를 개발하는데 생명공학이 이용되고 있다.
국립농학연구소(INRA)는 유럽차원의 ‘브리지(Bridge)’프로그램에 참여, 유산 박테리아를 유전적으로 개선하는 기술연구를 하고 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cmlee@hk.co.kr
■일본: 일본은 인간게놈 연구에서 미국과 유럽에 뒤졌다는 자각을 바탕으로 국제 공동의‘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등 적극성을 보여 왔다.
이번에 발표된 인간 게놈 지도가 빈틈없이 메워지려면 3년 정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개별 유전자의 기능과 다른 유전자와의 상호 작용 등의 해명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게놈 정보를 구체적인 의약품이나 치료법으로 연결하는 ‘포스트 게놈’ 연구를 추격의 기회로 삼겠다는 다짐이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에 고루 퍼져 있다.
통산성이 내년에 도쿄(東京) 다이바(台場)지역에 설립할 ‘생물 정보 해석센터’가 좋은 예이다. 공업기술원 산하 15개 연구소를 재편해 설립하는 해석센터는 새로운 게놈 정보를 기업에 제공해 실용·상업화 연구를 돕는 것이 주목적이다.
특히 신약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막(膜)단백질의 구조와 SNP(1염기 개인차)의 해명에 연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다케다(武田)·야마노우치(山之內) 등 40여개 제약회사는 이르면 이달중 공동 연구조직을 결성,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확보하지 못한 일본인 특유의 유전자 정보 집적에 나선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중국:중국은 생명공학연구를 국가 전략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동안 중국 생명과학 분야의 성과를 보면 지난 16일 숨지긴 했지만 세계 첫 복제염소 ‘위안 위안(元元)’을 탄생시켰고 하얼빈의대는 인체유전자 중 43개 간암 유전자를 해독했다.
이밖에 우주비행기술을 이용,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맛있고 영양이 개선된 유전자 변형 야채, 벼, 보리 등을 개발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인류 유전자원 관리 잠정규정’을 발표했으며 이번 인간 게놈 연구작업에도 미국, 영국 등과 공동으로 참여했다.
중국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전국 각지에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센터들이 설립됐으며 각종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대표적 생명공학 연구기관인 상하이(上海)생명공학연구원은 연구원만 2,000여명이고 생물화학, 세포물리학, 신경과학 등 7개 연구소와 생명공학 등 3개 연구센터를 가지고 있다.
중국 과학원 양환밍 소장은 “유전자 지도 초안완성으로 인체지식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 들었다”고 평가하고 “중국이 참여한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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