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청문회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 야당의원들의 질의가 날카로워지면서 이총리서리와의 공방이 뜨겁게 달아올랐다.○…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이총리서리의 부인 조남숙(趙南淑)씨의 ‘위장전입’문제와 관련, “부인이 포천군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15일 후 이 일대 부동산 9만평을 구입했는데 직접 살지 않고 주민등록만 옮기면 위장전입이 아니냐”“자경(自耕)을 하지 않은 만큼 농지개혁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총리서리는 “그런 경우엔 자영(自營)이라고 해야지”하며 받아 넘기다 잇딴 추궁에 “(법을) 위반한 방법”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심의원이 “주양자(朱良子)전복지부장관은 200만원을 주고 아들에게 땅을 사주었다가 물러났는데 공통점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총리서리는 “주장관이 땅을 사서 얼마나 가지고 있었느냐.
(나는) 30년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투기냐”고 언성을 높였다.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의원은 1998년 국회의원회관 ‘고스톱’화투판사건과 관련해 “당시 고스톱을 쳤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총리서리는 “국회가 공전되면 의원회관에서 더러 장기나 바둑도 두고, 어쩌다 한두번 (고스톱을) 한 일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당시엔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마지막 보충질의 시간에는 청문회 내내 날을 세웠던 야당의원들도 소감을 묻는 등 모처럼 화기가 감돌았다.
이성헌의원이 “폭탄계 대부로 알려졌는데, 요즘도 많이 드시냐”고 묻자 이총리서리는 “4, 5년 전에 끊었다”면서 “임명동의를 받으면 위원들을 모시고 폭탄주가 아닌 포도주로 건배를 하자”고 받았다.
이총리서리는 청문회가 끝나기 직전 “여러 위원들의 충고어린 질의를 듣고 답변하며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기 어렵고, 특히 공인으로 살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여러 지적 중 가장 뼈아픈 대목은 말바꾸기에 관한 것”이었다고 고백한 뒤 “처칠도 당적을 두차례 바꾸고 여러차례 말을 바꾸었다가 지탄을 받았다”면서 ‘항구를 떠나 다음 항구로 가야하는 외로운 조각배는 풍향과 조류의 흐름에 따라 키를 맞춰나갈 수밖에 없지만, 도착하는 최종 항구는 처음에 목표했던 바로 그 항구’라는 처칠의 말을 인용했다.
이총리서리는 “나에게 마지막 도착 항구는 바로 국리민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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