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초여성농학박사 김삼순씨아흔 한 살의 현역.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농학박사인 김삼순(金三純·91)박사가 위암을 털고 일어나 연구실로 돌아왔다.
김박사는 요즘 전남 담양군 금성면의 연구실에서 곰팡이를 활용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는 발효식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 자연친화적인 유효토착미생물을 이용한 퇴비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김박사가 만든 미생물퇴비는 전남대 조사 결과 일본의 미생물퇴비보다 효과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 것도 않고 쉬는 삶은 이미 죽은 목숨이지.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뭔가 하다가 조용히 가고 싶어”라고 말하는 김박사는 “인간도 살고 환경도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한다.
국내 균사체 연구의 선구자인 김박사는 우리가 즐겨먹는 버섯의 인공재배법을 개발한 이로 유명하다. 1972년 한국균학회와 응용균학연구소를 설립, 느타리 표고 송이버섯등의 인공재배법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시켰다. 90년에는 ‘한국산 버섯도감’을 발간하는 등 나이를 잊은 연구활동을 계속해왔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서울대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다가 위암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수술도 안 받을 생각이었으나 유일한 피붙이인 여동생(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어머니 김사순씨)이 간곡하게 권유해 10월 수술을 받았다.
아흔살의 수술환자는 서울대 병원이 기록한 최고령. 수술후 몸을 추스리고는 3월부터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전남 담양의 만석지기 집안의 3남4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난 김박사는 ‘여자도 신문물을 알아야 한다’는 선친 덕에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경기여고를 마치고 동경여자고등사범학교에 유학간 김박사는 1학년 때 이곳 출신의 일본 최초 농학박사 가토 세치코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꼭 박사가 돼 우리의 능력이 당신네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
동경여고사를 마치고 경기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37년 북해도제국대학에 진학한 것이나 해방 후 서울대 교수가 됐으나 61년 일본유학길이 열리자 교수직을 버리고 다시 북해도제국대학에 박사학위를 받으러 떠난 것이 모두 이런 오기 때문이었다.
66년 57세의 나이에 자연과학분야에서는 국내 여성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빛과 식물간의 상호작용’을 다룬 학위논문은 세계 20여개국 학술지에 실렸다. 67년 귀국한 김박사는 서울여대 교수를 지냈다.
곰팡이와의 씨름이 끝나는 밤이면 김박사는 이어폰을 꽂고 영어회화 공부를 한다. “배우는 건 즐겁잖아. 언제 필요할 지도 모르고”.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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