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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적인 삶은 싫다" 당당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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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적인 삶은 싫다" 당당한 나

입력
200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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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도둑의 딸'의 김원희티베트의 라다크 지방의 사람들. 서구화에 물들고 자본주의에 기민하게 적응하며 살아 가고 있는 우리는 그들을 빈궁함의 표상으로, 역사의 발전에 뒤처진 낙오자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라다크 주민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 지위와 부(富)에 따른 편견과 편가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고도성장을 자랑한다. 가진 자는 없는 자를 배척하며 자신들의 철옹성을 쌓는다. 서울 강남은 어느 사이 있는 자의 전유물이 되버렸다.

그리고 배운자는 못 배운자에게 우월의식을 과시하며 기득권을 옹호받으려 한다. 부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결손가정의 아이가 되고, 문제아로 취급받는 사회. 이유없는 불온한 시선속에 그들은 사회의 그늘속에 갇혀산다.

아버지는 전과 12범, 어머니는 절도 전과가 있는 계모, 오빠부부 역시 전과자. 이쯤되면 이 여자는 사회와 사람들의 이유없는 배척과 편가르기에 희생돼 뒷골목 삶을 전전해야 한다. 하지만 SBS‘도둑의 딸’김명선(김원희)은 당당하다.

그 삶의 조건들이 자신의 항로에 방해가 되지만, 삶의 방향은 결코 잃지 않는다. 좋은 집안 출신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당당하게 표출한다.

그에게 “키 큰 형사를 우리 가게에 데려온 저의가 뭐예요!”라며 질투도 거침없이 드러낸다. 사랑의 장애가 될 수 있는 가족의 실체도 허위로 위장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이 야망과 비열함으로 무장시켜 출세지상주의에 사로 잡히는 사람들이 있다. ‘도둑의 딸’은 남이 알아주지 않는 음반가게 점원으로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자신의 삶을 누릴 줄도 안다. 김명선이라는 캐릭터는‘퀸’‘LA 아리랑’등에서 밝고 유쾌한 이미지를 쌓았고 외모 자체가 귀여운 김원희와 맞아 떨어진다.

김원희로 인해 김명선의 당당하고 구김살없는 이미지는 강화된다. 가끔 김원희 튀는 연기가 눈에 거슬리지만, 가족문제에 의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있게 살아가는 김명선으로 무리가 없다.

그녀는 시청자들이 갖고있는 인식을 깬다. 그것은 우리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가부장제에 의한 숙명적 삶을 거부하는 모습이다.

보이지 않는 연좌제를 부정하는‘내 인생은 나의 것’. “아버지가 도둑이지, 내가 도둑이냐”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김명선에게서 사람들은 신세대의 ‘부정’이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님을 확인한다.

그녀의 인간승리를 통해 편가르기와 이유없는 편견이 횡행하는 이 사회에 대한 비판을 엿보고자 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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