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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사청문회 어설픈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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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사청문회 어설픈 '인사'

입력
200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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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흠집내기·與 봐주기·모르쇠 답변 '실망'부적절후보 여과장치 기능 공직정화 '기대'

27일 끝난 이한동 총리서리 인사청문회는 그 성과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작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틀간의 청문회를 통해 국민들은 주요 공직 후보자의 자질, 도덕성, 경륜, 업무 수행 능력, 이념과 철학 등을 어느 정도나마 살펴 볼 수 있었다.

비록 ‘통과의례’에 그친 감이 없지 않지만 부적절한 공직 후보자를 걸러내는 최소한의 여과 장치 역할은 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공직사회가 보다 투명해지고, 임명권자는 공직 후보자를 고르는 데 한층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고 이번 청문회는 당초 기대에는 많이 못미쳤다. 짧은 준비 기간, 정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 법률·조세·회계 등 전문가 조력이 봉쇄된 점 등은 제도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총리서리가 정치권 출신인 탓에 청문회가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된 것도 ‘적격성 심판’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야당 특위 위원들은 흠집 내기에 주력했고, 여당 특위위원은 해명 기회를 주려 애썼다.

특히 여당측 일부 위원은 “20년 정치 역정동안 한번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비결은 무엇이냐” 등의 봐주기식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때로는 고압적으로, 때로는 모르쇠로 답변한 이총리서리의 답변 태도도 청문회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위는 그러나 어찌됐든 몇몇 성과물을 일구어 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이총리서리의 ‘말 바꾸기’를 집중 부각,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잠재적인 공직 후보자들이 ‘바람직한 공직자의 처신’을 되씹어보게 만들었다.

위장 전입을 시인토록 한 것이나, 종합소득세 등 납세실적을 밝혀낸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럴 듯한 알맹이가 없었다”는 대체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무용론’의 목소리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았던 것은 이런 점들이 다소 후하게 매겨진 덕으로 보인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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