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장 "사과"에 서영훈대표 "화합"민주당에 27일은 ‘봉합’하는 날이었다. ‘1일천하’로 끝난 서영훈 대표 교체설이 몰고 온 당의 균열을 꿰메기 위한 수순이었다.
동교동계 핵심인 김옥두 사무총장이 선두에 섰다. 김총장은 이날 당 6역회의에서 주요 당직자들을 대신해 “전혀 논의되지 않은 서대표의 거취 문제가 언론에 보도돼 당 간부들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예우를 갖춰 사과했다.
이에 대해 서대표는 일련의 상황 전개에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당내에는 문제가 없으며 화합도 잘 되고 있다”며 갈등을 잠재웠다.
박병석 대변인은 서대표와 당 6역 등 주요 당직자들이 내달 4일 저녁 ‘단합 회식’을 갖기로 했고 28일부터 시작되는 서대표의 영남지역 방문에 이해찬 정책위의장 등 당 간부들이 대거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빠른 수습에도 불구,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내에 뿌려진 갈등의 씨앗이 모두 제거됐다고 믿는 당 관계자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이번 파문을 계기로 그동안 ‘설(說)’로 떠돌던 당내 갈등 구도의 전선이 수면위로 드러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서대표가 타깃이 되기는 했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권력실세인 동교동계의 권노갑 상임고문 계열과 한화갑 지도위원 계열의 주도권 경쟁이라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전당대회 이후의 집권 후반기 당 장악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의 ‘킹 메이커’역할, 호남의 차기 맹주 선점 등 권력의 민감한 대목과 직·간접으로 얽혀 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권고문 계열이 서대표 조기 교체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추측하는 이들은 권고문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 “서대표가 상대적으로 한위원쪽에 우호적이어서 경선관리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권고문측이 무리수를 뒀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26일 권고문을 만났더니 (나를) 대표에서 밀어내려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엄정하게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서대표의 발언은 이같은 맥락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런 정황들때문에 최고위원 경선전이 본격화하면 대표 교체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고 그보다 더한 파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통제력이 여전히 유효하고 동교동계가 균열을 무작정 방치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더 이상 상황이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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