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북한 순대 자연재료사용' 균형식'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북한음식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가 하면 백화점 식품코너에서도 북한 음식 재료와 술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북한 붐이 일고 있다. 사실 음식의 맛이란 기후, 풍토, 사람들의 인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남한에서 맛보는 북한 음식은 그 재료가 원래의 토양에서 비롯되지 않은 관계로 다소 제 맛을 잃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음식은 실향민들에게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게 하고, 음식을 통해 남북한의 정서적 교감까지 이룬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북한 음식 중 남한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평양 냉면. 메밀로 만든 면을 소고기나 닭고기로 만든 육수에 말아먹는 것으로, 담백한 육수와 쫄깃한 면이 맛의 비결이다.
동의보감에선 메밀(교맥·蕎麥)에 대해 “성질이 평(平)하면서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장위(腸胃)를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돕는다. 오장(五臟)에 있는 더러운 것을 몰아 내고 정신을 맑게 한다”라고 했다.
사상의학에서 보면 메밀은 폐대간소(肺大肝小)한 태양인에게 간의 부족한 기운을 보충해주는 음식이다.
육수를 만드는 소고기는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에게 기운을 폐까지 끌어올려 부족한 폐의 기능을 보충해주며, 닭고기는 신대비소(腎大脾小)한 소음인의 비위 기능을 보해 주고 속을 따뜻하게 한다.
그렇지만 북한 사람들에겐 메밀 냉면보다 칡냉면이 체질상 더 좋을 듯싶다. 사상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이 고향인 함경도에서 체질을 연구한 결과 태음인이 50% 정도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양인이 30%, 소음인이 20%였고, 태양인은 1만명 당 2~3명 꼴에 불과했다. 지방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의 연구 결과는 북한 사람들의 대략적인 체질 분포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에서 많이 나는 고구마는 태음인에게 좋은 음식이다. 고구마 전분이 주원료인 당면으로 만든 잡채, 순대 등이 특히 좋다. 그러나 순대 속을 당면으로 채우는 쪽은 오히려 남한이다.
북한 순대는 깨끗이 손질한 돼지 창자에 갖가지 고기와 야채, 파, 마늘 등 양념을 다져 넣고 쌀과 선지로 속을 채운다. 북한 순대는 어떤 체질이 먹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돼지창자는 소양인에게, 찹쌀은 소음인에게 맞는 음식으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금강산 송이도 태음인에게 매우 좋은 음식이다. 음식은 여러 가지 재료가 섞이고 알맞은 양념을 넣어 기운의 편향성을 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음식은 자연에서 얻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 담백하면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균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우·자생한방병원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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