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말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진행,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완전한 궤도에 진입하여 순항하기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보다 철저한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이어지지 않으면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4·13총선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가중되어 정부는 서둘러 2차 금융구조조정의 원칙을 확정·발표함으로써 금융시장이 외형적으로 안정을 되찾은 듯하다.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연유한 면이 크다.
정책당국자나 국민 모두가 경제위기 초기상황으로 돌아가 겸허하게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6월말까지 은행권이나 타 금융권의 부실규모를 정확히 밝힌다고 천명했으니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규모도 가식없이 국민 앞에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원칙에 입각하여 처리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금융기관 자구 노력과 관련자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져 국민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원칙하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은행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여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우량은행은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게 한 것은 금융구조조정의 시급성과 잠재적 불안감을 감안할 때 타당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가 왜 은행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주회사 방식에 대한 반대도 있으나 부실은행의 직접적인 합병에서 오는 대량실업의 문제, 상이한 기업문화에서 야기되는 혼란 등을 감안할 때 차선책으로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물론 지주회사 방식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나 선진국처럼 지주회사 방식, 자회사 방식 등 겸업주의로 나아가는 다양한 방안의 하나로 선택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합병 등을 통한 대형화가 반드시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일리있다. 그러나 비효율이 높은 여러 개의 은행보다 합병을 통해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 훨씬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문제의 금융기관들을 모두 껴안고 간다는 생각보다 가능성이 희박할 경우 자산부채인수(P&A)방식으로 정리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이 규모 및 범위의 경제성 추구를 용이하게 하고 특화 및 전문화 영역을 다양하게 하여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최근 들어 금융기관들의 대형화와 겸업화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 금융기관들도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이미 허용되어 있는 자회사 방식 외에 지주회사 방식도 허용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자신의 장단점을 감안하여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여 겸업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의 선진화에 기여하리라 판단된다.
이러한 구조조정 방식이 성공리에 뿌리를 내리려면 금융기관 이해당사자들이 눈앞에 보이는 이해관계를 떠나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금융기관과 국가 경제가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로 인하여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일부 금융기관들의 임직원이 보이고 있는 최근의 행태는 비난받을 소지가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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