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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이드 인 코리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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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이드 인 코리아 바람

입력
2000.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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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규제되던 70년대 말 외국출장에서 돌아오는 공무원 상사직원 등이 반드시 들고 들어오는 것이 일제 카세트 라디오였다. 80년대 들어서는 품목이 전기 밥솥으로 바뀌었다.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간 들판처럼 한국 관광객이 지나간 밥솥가게마다 재고품이 동났다. 눈총이 따가워 사지않는 사람이 있으면 휴대와 통관대행을 부탁하며 두개 세개씩 사는 사람도 많았다. 국산품은 기능과 품질 면에서 경쟁이 되지 못하던 시대의 풍경이다.■카메라, 워크맨, VTR 같은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전자제품 천국인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는 한국인 고객이 온종일 들끓었다.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을 타고 한국인들이 떼지어 몰려들자 아키하바라와 신주쿠(新宿)역 앞 대형 카메라 전문매장들은 한국어 안내문 내걸기 경쟁을 벌이더니, 한국 유학생을 점원이나 아르바이트로 채용하는 가게가 늘어났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손이 큰 한국인 고객을 유치하기에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전자제품이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시대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제품들이 세계 여러 나라 시장을 제패하고 있다. 특히 LG 전자는 52개국에서 백색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요르단 시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전체 TV 판매량의 75%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세계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대우전자 레인지는 유럽 전역에서, 소형 냉장고는 가전산업의 메카인 일본에서 점유율 1위다.

■그렇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시장개방 이후 값비싼 외국 가전제품 수입붐이 일어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으니 주고 받는 셈인가. 경기회복이 실감되기 시작한 올해 들어 캠코더 수입은 무려 2,500% 이상 늘었고, 냉장고가 300%, VTR도 216% 이상 늘었다. 무역의 국경이 없어진 보더리스 사회에서 내 것만 팔겠다는 것은 ‘국제 왕따’의 대상이지만, 수입 증가율이 그렇게 가파르면 지나간 3년 고생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국산도 이제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으니 외제병 고칠 때도 되었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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