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이다. 좋은 모델을 만들자.” 26일 오전 10시 국회 145호실. 김덕규(金德圭)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청문회 개시 방망이를 두드린 뒤 역사적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이한동(李漢東) 총리서리도 “첫 인사청문회에 서게 돼 영광”이라며 청문회 취지에 십분 공감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청문회장에는 보도진·방청객들이 가득 들어차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하지만 청문회장은 곧 맥빠진 분위기로 흘렀다.이총리서리의 친정인 자민련의 김학원(金學元) 의원은 “20년 이상 정치하면서도 별다른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등 이총리서리 변호에만 급급했다. 민주당의 박종우(朴宗雨)의원은 “70년대 한강 이남에 개발붐이 있었는데 왜 하필 도로도 시원찮은 포천 구석에 땅을 사서 오해를 받느냐”며 해명 기회를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범 이한동계”로 통하던 인사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보수주의자인 이총리서리의 정책적 입장을 주로 물었으나 도덕적 쟁점에 대해선 ‘솜방망이’ 질문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동산 일부를 명의신탁 하지 않았느냐”“부인 명의 부동산의 구입 자금 출처를 밝혀라”등 부동산 의혹을 집중 추궁했으나 결정적 물증은 대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말바꾸기, 5공 참여 전력 등을 들춰 이총리서리의 도덕적 흠집을 내는 데 주력했으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선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불과 몇분전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라는 의미부여가 무색하게 청문회가 당리당략의 선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장마가 끝난 후의 파란 하늘같은 신선한 인사청문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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