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할수있게 배려" 지시“의료계가 폐업을 철회해 다행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당) 의약분업 특위가 구체적인 작업을 해 달라. 그렇지만 정부를 당황하게 하지말고 (정부가) 우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말라.” 집권여당의 대표가 했음직한 이 언급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6일 아침 총재단 회의에서 당직자들에게 내린 지시사항이다.
“이번에 무슨 정치나 하려고 (청와대에) 들어간 게 아니었다. 전날 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돼 청와대에 연락해 영수회담을 제의토록 했다.” 의사협회의 파업철회를 이끌어낸 24일의 여야 영수회담 직후 이총재가 ‘동기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한 이야기였다.
한나라당이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연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의료대란 관련 영수회담은 어느모로 보나 전례없는 일이었고 이후 한나라당의 외형적 분위기는 이러한 파격의 연장선상에 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위한 영수회담(17일) 뒤 정상회담 기밀유출을 놓고 험악한 말까지 주고 받았던 지난 며칠간을 반추해 보면 어리둥절한 정도의 반전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를 좀더 꼼꼼히 짚어보면 향후 여야관계가 새 패러다임의 틀 속에서 움직일 것 이라고 보는 것은 속단일 성 싶다. 당장 의료대란 자체가 야당 총재까지 개입해 정치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충정은 이해가 가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과 야당이 개입할 부분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번처럼 책임공유가 가능한 일에만 여권이 선택적으로 상생의 정치를 하려 할 것”이란 뿌리깊은 대여(對與) 불신도 파격의 일회성 내지 단발성을 점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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