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가 또다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이한동 총리서리 인사청문회에서 공동여당은 짜고 치는 화투판처럼 노골적으로 이 총리서리 감싸기로 일관했고, 야당은 준비소홀로 총리자격 검증의 정곡을 제대로 찌르지 못했다. 게다가 청문대상인 이 총리서리는 시종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 이번 청문회가 진지하지 않은 청문회의 대표적 사례가 되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의원들의 질문초점은 이 총리서리의 정치적 변신과 말바꾸기, 재산형성 과정, 국정수행 능력에 맞춰졌으나, 검증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TV를 시청한 국민들은 머리만 더 헷갈렸을 뿐이다.이 총리서리는 자신이 과거 햇볕정책을 반대한 것으로 비쳐진 데 대해 “그 기조에는 반대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북한에 대해 강·온 양면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지나쳐 그렇게 보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말은 보통사람으로서는 얼핏 이해가 안가는 말이다. 첫날의 청문회장에서는 이런 식의 ‘억지논리’가 여러차례 있었으나 의원들은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이 총리서리가 그간의 정치적 변신에 대해 좀 더 당당하게 대응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는 5공초 정치에 입문한 것이 고향의 권유 때문이며, 12·12 5·18에 대해서도 몇년 후에야 비로소 진상을 알 수 있었다고 했는데, 궁색하기 이를 데 없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그가 5공정권 시절 승승장구한 정치인이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또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 포천에 있는 농지 1,200평을 매입한 경위에 대해 “선친이 나도 모르게 내 이름으로 매입한 것”이라며, 고의성이 없으므로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상식이하의 답변을 했다. 농사꾼 아닌 사람이 농지를 매입할 수 없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상식이다. 그의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식의 전제를 두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러나 전임 총리처럼 부동산 명의신탁 파문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그의 재산형성 과정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이 총리서리는 첫날의 청문회에서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청문회는 하루 더 남아 있다. 여야는 청문회 취지가 살아 나도록 분발해주기 바라며, 이 총리서리는 의원들의 질문이 국민을 대신한 것이므로 좀 더 진지하게 답변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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