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론으로 분석한 청마의 시세계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이어령(66) 이화여대 교수가 써놓고도 10년간 출판을 미뤄오던 문학이론서를 펴냈다.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1908~ 1967)이 남긴 시 599편 모두를 기호론으로 분석한 ‘공간의 기호학’(민음사 발행).
수많은 저서와 평론집을 냈지만 막상 본격적인 문학이론서는 처음이다. 그는 그 이유를 “창작적인 글은 젊은 시절에, 연구논문은 말년에 낸다는 나름대로의 기준과 기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써두었던 학술서적이나 비평서들도 정리해서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지치지 않는 왕성한 의욕이다.
책의 내용은 이론적으로 보면 청마의 문학을 공간기호론으로 분석한 것이고, 실제비평의 관점에서 보면 청마의 작품론이다.
예를 들어 청마의 시 ‘깃발’은 많은 비평가들이 시대에 얽힌 역사적인 의미로 파악하거나 그의 전기적 입장으로 환원시켜 해석했지만, 이교수는 이번 저서에서 이러한 기존의 청마 시에 대한 외재적 연구를 떠나 그 내재적 의미를 탐구한다.
“공간적 위상으로 보면 깃발-청마의 시는 하늘과 땅 그 중간에 위치해 있는 사물이다” 상·중·하의 수직공간과 바깥·안·경계의 삼분 입체구조에서 청마의 시세계를 재해석한 것이다.
이교수는 “이 책에서 보여준 문학 공간론의 기본 틀은 시만이 아니라 소설 희곡 등 모든 문학 장르와 회화 건축 무용 같은 비언어적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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