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책임 입증이 관건..의료계의 집단폐업 기간중 의사의 진료거부로 피해를 입은 환자와 가족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례가 드문 진료거부 피해소송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다 구급차 안에서 숨진 사례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대부분 진료거부 병원측의 보상으로 매듭지어졌을 뿐 소송을 통해 판례로 확정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집단폐업 기간중 급성신부전증으로 숨진 정모씨 가족과 인천에서 사망한 조산아 부모가 26일 각각 병원관계자와 대한의사협회를 상대로 서울지법에 소송을 제기, 이번 사태와 관련된 민사소송은 모두 3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의약분업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에 50여건의 피해제보가 접수된 상태이고, 시민단체들이 집단소송을 준비중이어서 유사소송은 줄을 이을 전망이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집단폐업 사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재판을 통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병원측이나 의사의 진료거부 및 환자가 입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규명으로, 원고측은 두 사항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서상수(徐相守) 변호사는 “조산아 사망사건의 경우 전형적인 의료사고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지만, 급성신부전증 환자 정씨 사건의 경우 응급처치만 받았어도 생존 가능성이 있었던 만큼 의사 책임을 증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면 의료소송 전문인 신현호(申鉉昊) 변호사는 “제때 진료만 받았어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적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 인과관계를 제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소송이 난관에 부닥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서는 환자의 당시 상태, 병원측의 사고발생 가능성 인지 여부 등 여러 정황이 재판과정에서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손해배상 가능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피해자와 가족들이 병원을 전전하며 겪은 심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차원의 보상판결은 받아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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