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철회 병ㆍ의원 이모저모의료계가 엿새에 걸친 집단폐업을 철회하고 정상진료에 들어간 26일 각 대형병원에는 그동안 진료를 미뤄왔던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곳곳에서 북새통을 이뤘다. 진료를 애타게 기다려온 많은 환자와 가족들은 ‘돌아온 의사’들을 환한 웃음과 악수로 맞았으나, 상당수는 반가움과 원망이 뒤섞인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하루 4,000여명의 기록적인 환자와 가족이 몰려 들어 외래진료 수납실과 약국 앞 공간 등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입퇴원 수속실도 그간 입원을 미뤘거나 응급실에서만 치료를 받던 100여명의 환자들이 쇄도해 하루종일 붐볐다. 다만 수술실은 아직 일정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27일부터나 정상가동될 전망이다.
병원측도 예약환자 명부를 정리하고 미뤘던 수술일정을 다시 짜는 등 환자를 맞기 위한 채비를 갖추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폐업기간 동안 하루 150여명의 입원환자들이 퇴원, 전체 1,564개 병상의 절반 정도가 비어있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전까지 200여명의 환자들이 입원접수를 마쳤다. 응급실도 일주일만에 만석을 기록했으며, 응급실 앞은 환자를 싣고 온 구급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병원 정상화를 누구보다 반긴 것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 서울대 소아암병동의 아들(5) 곁에서 꼬박 일주일을 지샌 박정미(朴貞美·32·여)씨는 “처음엔 아이를 팽개치고 떠난 의사들이 너무 너무 야속했는데, 다시 돌아와 주었으니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마음 고생이 심했기는 의사들도 마찬가지. 일반외과 전공의 김모(31)씨는 “이젠 두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며 홀가분해 하면서 “폐업기간에 역시 의사가 있을 곳은 환자 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대표 25명은 이날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진료현장과 교수직 복귀를 결의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현집(金賢執·서울대 의대) 교수협 회장은 “사태 장기화로 교수들도 매우 지친 상태에서 일단 폐업이 철회돼 다행”이라며 “의료계 원로로서 폐업철회와 정부안에 반발하는 젊은 의사들을 설득하겠지만 정부도 약속을 충실히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600여명은 오전 9시부터 환자와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뜻에서 헌혈행사에 참여했다. 또 교수협의회 김현집(金賢執)회장과 전공의협의회 이평복(李平福)회장은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어떤 이유로든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지 못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진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장진료를 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