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부 아들레이드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초대받아 방문하니 마침 시드니에서는 2년마다 개최되는 미술행사인 ‘시드니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었다.올해로 12번째 행사로 일반 관객이 이해되게끔 미술의 역사를 보여준 성공적인 기획이었다는 현지 평을 받고 있었다.
또하나의 국제행사 시드니 올림픽을 준비 중인 호주에서는 요즘 원주민과의 관계 개선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20년 전 호주 정부는 원주민의 자녀들을 부모에게서 강제로 떼어내 완전히 격리 교육을 시켰으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애정이 결핍된 상태로 성장한 2세대 원주민들은 그들 사회에서도, 백인의 사회에서도 적응할 수 없는존재가 돼 있다고 한다. 현실을 잊고 싶어 마약, 술, 도박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술은 호주 현대 미술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 정도로 탁월했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점을 찍어 나타내는 전통적 방법인 원주민 예술은 역사적으로 소외받은 계층을 웅변하는 그림이었다.
한편 비엔날레에 전시된 소피겔리라는 프랑스 사진 작가의 작품 역시 소수가 다수에게 하는 외침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했다.
길 가는 군중 한사람을 정해 그가 모르게 한달동안 숨어서 지켜보며 그의 일상 촬영한 사진작품으로,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꼬집고 있는 사진이었다. 예술은 선행만을 묘사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깬 작품으로, 누군가를 엿보고 싶은 욕망은 대량생산으로 인한 물질문명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상쇄하려는 심리가 발전된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의 작은 외침들인 ‘왕따 현상’ ‘외국인 근로자들의 처우’‘장애인의 복지’ ‘미혼모’ ‘결식아동’ ‘결손가정’에 앞으로 좀더 귀 기울여 봐야겠다는 상념 속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안필연· 설치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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