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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연예계 '한번 스타 영원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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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연예계 '한번 스타 영원한 스타'

입력
2000.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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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한 노래도 원곡으로 방송되는 시대다. KBS2 라디오는 30일 오후 2시5분 ‘이호섭 임수민의 희망가요’에서 북한가요 원곡을 소개한다. ‘휘파람’ 은 물론 ‘여성은 꽃이라네’(리분희), ‘해당화’(조혜복)등을 소개할 예정.북한 연예인 팬클럽이 생길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자고나면 스타가 사라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우리 연예계와는 달리 북한 연예계는 ‘한 번 스타면 영원한 스타’의 법칙이 강하다.

대중문화가 관주도적으로 일방통행되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중견 가수, 노장 축에 속하는 배우들이 아직도 건재하다.

현재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수는 단연 전혜영(28). 탄광노동자인 아버지와 피복공장 합창단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전혜영은 유치원생이던 6세 부터 노래와 춤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85년 결성된 북한의 대표적 경음악단인 보천보 전자악단의 최고 스타인 전혜영은 가냘픈 몸매에서 나오는 결고운 고음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천보 전자악단에는 15명의 작곡가, 연주가, 가수들이 소속돼있다. 전혜영의 히트곡은 ‘아무도 몰라’ ‘꽃파는 처녀’ ‘나는 생각해’ ‘김정일화’ ‘별보러 가자’ ‘처녀 시절’ 등. 1991년 북한 가수의 최고 영예인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정상회담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반갑습니다’는 동요식의 간결한 멜로디에 반복적인 가사로 한 번만 들어도 금세 욀 수 있는 노래.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얼싸안고 좋아 웃음이요 절싸안고 좋아 기쁨일세’. 보천보 전자악단에서 창작한 노래로 악단 소속의 젊은 여가수 이경숙의 노래로 널리 알려져있다.

김광숙(32) 역시 북한의 대표적 여가수. ‘은구슬 같은 목청의 고음 가수’로 불리는 김광숙은 남편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전권과 함께 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빛나라 정일봉’ ‘아버지의 축복’이 대표곡.

주로 고음의 미성이 인기 있는 북한에서 저음 가수 조금화(30)는 독특한 존재. 민요풍 노래를 감칠맛 나게 부르는 조금화는 성량이 풍부하고 음역대가 넓은 가수로 ‘아직은 말못해’ ‘우등불’ 등을 불렀다.

보천보전자악단 가수들이 ‘꿈 속의 스타’라면 왕재산 경음악단 소속 가수는 대중에겐 훨씬 친근한 존재. ‘사랑 사랑 내 사랑’등의 영화 주제곡을 부른 장은애, ‘이름없는 영웅들’등 100편의 드라마, 영화 주제가와 70여편의 가요를 부른 최삼숙은 대외적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북한 주민들로 부터는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중 가수들이다.

남자가수는 활동이 뜸하다. 최광호는 시리즈영화인 ‘민족과 운명’에 출연, ‘베사메무쵸’를 불러 스타로 발돋움했다.

배우 중에선 오미란(46)이 인기다. 조선 대덕산창작단 배우인 오미란은 1980년 ‘축포가 오른다’로 데뷔, 조선여인으로, 군복입은 여전사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인기배우 반열에 올랐다.

1992년 ‘민족과 운명’에서 홍영자 역을 소화한 이후 극중 배역인 ‘홍영자’로 불리울 정도다. 김정화(46)는 인기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연을 맡았고, 1992년 ‘민족과 운명’에서 주인공 차홍기의 아내 신달래 역을 잘 소화해 인기를 얻었다. 1988년 인민배우 칭호.

홍영희(45)는 17세이던 1972년 ‘꽃파는 처녀’에 출연, 일찌감치 북한 영화 스타덤에 오른 인물. 1979년 북한지폐 1원권에 얼굴이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1980년 인민배우 칭호를 수여 받았다.

‘임꺽정’의 주인공을 맡아 우리 방송으로도 소개된 최창수(58)는 ‘최학신의 일가’로 데뷔한 이후 20여년간 수십편의 영화 주인공을 맡아왔다. 1982년 인민배우 칭호와 국기훈장 제1급을 수훈했다. ‘홍길동’의 주인공을 맡았던 리영호는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로 1998년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북한 영화계의 차세대.

‘만점짜리 영화문학’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쓴 원영실(34)은 조선영화문학창작사 평성창작실 소속으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TV극문학 ‘희망은 멀리에’로 호평을 받은 인기 작가로 앞으로 활약이 주목되는 인물이다.

이제까지 북한 드라마에서는 스타란 따로 없었다. 북한 방송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7%로 미미한 데다, 1-2회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주의 이념이 아닌 젊은이의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가 방송되면서 드라마에서도 스타가 생기기 시작했다.

선두주자는 공훈배우 고순용(37). 연극배우 출신으로 최근 방송된 ‘휘날리는 댕기’의 주연을 맡았던 고순용은 준수한 외모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멜로물의 단골 주연인 최혜영 역시 북한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다. 이밖에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동하는 탤런트 김경애(27)는 북한 10-20대 신세대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북한 귀순 연예인 김혜영은 “탤런트로 성공하면 북한에서 인기있는 장르인 영화로 진출하기 때문에 스타 탤런트가 적지만 김경애같은 경우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극배우로는 혁명가극‘꽃파는 처녀’에서 한약방 주인으로 나온 김승연과 주연으로 나온 최해옥이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배국남기자 knbae@hk.co.kr

■ 인민배우, 공훈배우, 일반배우

북한은 우리처럼 탤런트와 영화배우 등의 구분이 없이 연예인을 ‘예술인’으로 통칭한다. 이들은 작품당 개런티나 CF출연료를 받는 우리 연예인들과 달리, 국가에서 주는 월급을 받아 생활한다.

북한의 모든 연예인은 국가로부터 예술인 등급 지정을 받는데, 모든 배우의 궁극적인 꿈은 인민배우이다.

남한의 톱스타급에 해당하는 인민배우는 우리의 차관급과 비슷한 중앙당 과장 대우를 받는다. ‘꽃파는 처녀’의 주인공을 맡았던 홍영희 같은 인민배우는 화폐에도 새겨질 정도.

이들은 외모와 연기력 뿐 아니라 연기론을 비롯한 교양 정도, 당의 선전 선동 사업에서의 공훈 정도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연기자들이다.

북한에서 인민배우 칭호는 영화계 경력 20-30년은 넘어야 가능하며, 따라서 현재 20여명 안팎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민배우 다음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공훈배우는 원로 혹은 중견 연기자로 주로 경력에 의해 선정된다. 공훈배우 아래의 일반 배우는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등급 간의 보수 차이는 20원 내외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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