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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사랑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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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사랑에 흠뻑"

입력
2000.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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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보호운동 류창희씨“우리 개구리 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개구리 보호운동을 펴온 자연생태연구소 ‘마당’의 류창희(柳彰熙·37) 소장이 이번에는 개구리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논을 매입키로 했다.

대상 지역은 경기 의왕시 청계동 26. 청계산 입구서 청계사로 가는 찻길 옆 논 500여평의 한쪽 귀퉁이이다.

류소장이 매입을 결심한 것은 의왕시가 내년말까지 청계사 진입도로를 폭 5㎙에서 12㎙로 확장키로 하면서 논 300여평이 도로 부지로 수용됐기 때문. 류소장은 개구리들이 안전하고 편히 살 수 있게 나머지 200평이라도 사들이기로 하고 4월초 모금을 시작, 150여명으로부터 600여만원을 모았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가 많이 참여했다. ‘개구리논’ 매입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생각하는 류씨는 내년 3월까지 모금을 계속할 계획이다.

류소장의 개구리 사랑은 1997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근 계곡서 겨울잠을 잔 뒤 깨어난 개구리들이 알을 낳기 위해 찻길을 가로질러 논으로 뛰어가다 자동차에 깔려 죽는 것을 수없이 보면서부터다. 하룻밤에 최고 700마리나 죽었다. 보다 못해 그가 운영하던 환경교실 참가 초등학생들과 차를 막고 개구리를 계곡서 논으로 안전하게 옮겨주는 운동을 시작했다. 논에서 알을 낳고 산개구리는 산으로 올라가고, 참개구리나 청개구리는 눌러 산다.

도로 용지로 수용된 논은 현재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류씨는 개구리들이 살도록 물을 계속 대고 있다. 물이 가득차자 물수세미 검정말 가래 등 물풀이 저절로 생겼고 알을 낳기 위해 잠자리가 날아들고 있다. 개구리 올챙이를 잡아먹으려고 족제비 능구렁이 살모사 백로 왜가리 등도 나타난다. 훌륭한 생태 연못이 된 것이다.

물론 속병 고친다는 속설을 믿고 개구리 알을 들고 가는가 하면 학습 교재로 판다고 개구리알과 올챙이를 가져가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올들어서는 논에 줄을 치고 밤늦게까지 개구리를 지키기도 했다.

류소장은 “논을 매입하면 아이들이 찾아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올챙이몸에서 뒷다리, 앞다리가 나온 뒤 개구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자연 학습원으로 꾸미겠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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