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의 추가손실부담이 일반은행 3조1,000억원, 특수은행 7,000억원 등 총 3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은행의 추가손실부담 규모를 놓고 말들이 많아 투자자 이해관계자 시장 등을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앞으로는 경영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 은행들을 이른 시일내에 정상화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2차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자구노력 강화다. 살릴 수 있는 금융기관은 확실히 살리는 대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과감히 퇴출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추가손실부담 규모를 밝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비전이 명확히 보이지 않아, 시장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렇다면 부실 금융기관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이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위는 3조8,000억원의 부실은 은행권이 충분히 흡수가능한 수준이며, BIS 자기자금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자구계획을 강구토록 하는 대신에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업이익 확충, 경비 절감, 증자·외자 유치, 후순위채 매각 등 자구계획은 그동안 은행들이 꾸준히 추진했으면서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또 일부에서는 제일은행의 경우 매각 이후 추가로 5조원가량 들어간 점 등을 들어 은행권의 잠재부실 규모가 제대로 측정됐는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합병 등을 앞둔 시점에서 혹시 줄이지 않았느냐는 것으로, 정부는 이같은 견해를 가볍게 들어 넘기지 말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은행도 살아남는다.
금감위는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관련, 이는 합병과 동의어가 아니며 합병과 연관시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점포·인원 축소는 없다는 것이다. 당초 발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조직 개편이 없는 구조조정이 어떻게 성공해 업무 전문화·통합화 과정을 거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와 함께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금융기관의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금융권이 신용대출에 적극 나서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선진 금융기법이며 우리 금융기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이 ‘대통령의 지시’로 될 일인가. 금융계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감시해야 할 금감위원장으로서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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