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난주 원유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배럴당 30달러를 오르내리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져 세계 각국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OPEC의 증산이 유가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많은 석유전문가들은 추가 증산이 없는 한 고유가는 올해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욕 메릴 린치 선물거래연구소의 윌리엄 오닐 소장은 AP통신과의 회견에서 “고유가가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이같은 높은 유가는 전반적인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JP 모건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브라운은 “최근의 고유가 행진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물가전망을 상향 조정했다”면서 “유가상승은 석유관련제품의 가격상승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예측을 반영, OPEC 결정 다음날인 23일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채권 가격이 0.63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휘발유가격이 56%나 치솟은 미국에서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올들어 2.4%나 상승,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설정한 안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런 우려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 헤세주와 바덴-뷔르템베르그주에서는 6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각각 1.9%, 2.2%로 당초 예상보다 높았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이나 대만의 경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아시안 월스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를 저지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월가의 주요 기업들은 지난주 로이터통신의 설문조사에서 오는 8월께 대출 이자율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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