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돕는 췌장액 만들고 인슐린등 생산 혈당조절목적지인 ‘췌장’에 가까워지면서 캡슐 속도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췌장으로 통하는 입구는 십이지장에 위치해 있다. 간과 쓸개로 들어가는 입구와도 같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또 후복막에 위치한 관계로 복강 내 장기에 시야가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야 췌장의 윤곽이 또렷이 보인다. 눕혀놓은 땅콩(?)같은 모양이다. 이제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해 보자.
췌장은 무게가 약 100g, 길이 15㎝, 폭 5㎝ 정도의 결코 크지 않은 장기이다. 하지만 하는 일만큼은 결코 작지 않은 중요한 장기다. 췌장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외분비 기능.
췌장세포는 소화효소가 듬뿍 들어있는 췌장액을 만들고, 이 췌장액은 체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를 단순히 음식물의 소화를 보조해 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췌장액 속에 췌장효소가 있어야만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을 장 점막에서 분해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음식을 먹었어도 췌장의 도움이 없으면 소화는 물론 에너지로도 사용할 수 없다.
췌장효소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소화에 큰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췌장기능만 어느 정도 건강하게 유지된다면 위가 없어도 소화를 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췌장세포는 10%만 가동해도 소화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췌장의 두 번째 기능은 호르몬을 생산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일.
췌장에서 생산한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서로 견제하면서 혈당을 일정범위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인슐린은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글루카곤은 저혈당을 방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췌장의 기능이 부실해 인슐린의 양이 모자라면 혈당 상승을 막을 수 없어 당뇨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가 지금 살펴보고 있는 췌장은 그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양도 적당한 편이다. 다만 흡연을 너무 많이 하는 게 걱정스럽다.
흡연은 췌장암의 유력한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췌장암의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초음파 검사를 해도 진단율이 높지 않고, 해부학적 위치상 주변장기로 전이가 잘 되며, 효과적인 항암제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로선 예방만이 최선책인 셈이다. 담배나 고지방음식을 피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좋다. 다음 여행 코스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장’이다.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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