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우리나라는 두 개야?” 남북한 정상의 만남을 학교에서 TV로 보고 돌아온 아들의 질문이었다.뭐라 대답해야 할 지 머뭇거리는 사이에 아이는 질문도 잊은 채 밖으로 놀러 나가버렸다. 내가 우리 아들처럼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북한사람의 얼굴은 모두가 빨간색이고 심지어는 늑대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믿었다.
통일이 소원이라고 노래했지만 그 의미도 잘 몰랐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어릴 때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민족과 통일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업을 중단하고 TV로 기적과 같은 남북정상의 만남을 시청했던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올해로 50주년이 된 한국전쟁의 비극을 어린이들도 애해할 수 있을까? ‘시냇물 저쪽’(마루벌)이라는 그림책은 시냇물을 사이에 두고 함께 놀던 토끼들 이야기다.
어느날 전쟁이 일어나 둘은 예전처럼 함께 놀 수 없게 된다. 전쟁터로 나간 아빠가 부상을 입고 돌아오고 전쟁도 끝나지만 시냇물 이쪽과 저쪽을 가로막는 철조망은 사라질 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의 우정은 철조망을 뚫고, 어른들이 그어놓은 경계를 비웃는 듯 아름다운 꽃들도 피어난다.
외국작가의 간결하고 소박한 그림책이지만 전쟁과 분단이라는 우리 현실의 아픔이 잔잔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평화를 꿈꿔요’(비룡소)는 옛 유고슬라비아 어린이들이 겪은 전쟁이 그들의 글과 그림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느라고 사람들이 많이 많이 죽었다. 그런데 무슨 정의란 말인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건지, 누구와 싸우는 건지, 사람들은 정말 알기나 하는 것일까?
엄마잃고 아빠잃고 형을 잃고 누나를 잃고 울어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다’라는 14살 소년의 글은 전쟁의 피해자인 어린이의 공포와 충격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자라서 평화를 굳건하게 지킬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우리 민족이 한 뿌리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는 여러 동화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하느님의 눈물’(산하)이나 ‘살꽃이야기’(오늘)에는 같은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아픔과 어리석음,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등이 쉽고 짧은 우화에 담겨 있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달콤하고 환상적인 세계만을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어린이도 막연하게나마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분단 현실은 외면하고 피해가야 할 벽이 아니다. 조금 어려울 수 도 있지만 텔레비전 뉴스나 책을 통해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은경·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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