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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의약분업, 외국 시행착오 분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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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의약분업, 외국 시행착오 분석을

입력
2000.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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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일본보다 약국이 월등히 많다. 출퇴근길의 직장인들이 약국에 드나들며 드링크제를 한 병 삼키고 가는 모습도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이제 눈에 익었다. 물론 일본에도 약국이 동네마다 있지만 가는길에 편의점 드나드는 듯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파서 어쩔 수 없을 때 부랴부랴 들어가는 곳이다. 과거 일본의 약국들은 주로 인센티브를 주는 제약회사 제품중심으로 진열하고, 조제는 안해주고 그 제약회사의 약만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조제약은 병원 대합실 한 구석에 있는 조제창구에서만 받았다.하지만 몇년전 그런 약국 풍경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병원에만 있었던 조제약국들이 이 동네 저 동네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의 약국이 그냥 시내상가로 이사 온 것 같았다. 조제약국이 늘어난 것은 일본에서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나서부터였다. 환자는 영수증만한 의사의 처방전을 갖고 조제약국으로 가고 약사는 처방대로 약을 조제하여 환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조제약국들은 업무의 특성상 병원 앞에 한 가게씩 입지하는 경우가 많다. 매스컴들은 그것을 꼬집어서 ‘문전(門前) 약국’이라고 부르기도한다.

문전약국들은 특정 병원의 처방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병원 또한 환자에게 그 약국에 가서 약을 사도록 한다. 환자에게는 사실상 약국을 고를 자유가 없는 셈이다. 일본에서는 의약분업 시행 당시부터 병원과 문전약국 사이의 독점과 상호간의 불투명한 유착이 문제시되어 왔다. 의약분업 실시 취지중 하나인 ‘불투명한 회계체계의 양지화’와‘처방약의 단가인하’가 성공하지 못한 채 종전의 관행이 형태를 바꾸면서 온존하게 됐다.

한편 약제 수입이라는 큰 수입원을 잃은 병원에서는 의료단가를 높임으로서 그 차액을 채우려했다. 감기에 걸린 정도로도 보험점수가 높은 의료기구를 사용하거나, 입원 일수를 늘리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 지금 한국에서 의약분업 체제로의 이행을 앞두고 인명까지 위협할 정도의 진통을 거치고 있는 걸 보니 일본의 체제 이행이 기적적으로 무난했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부작용을 나타낸 선진국의 시행 예를 학습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한국은 무조건적인 제도개혁을 강행하는 게 아니라 외국의 경험을 철저히 분석할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적어도 우리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들이 한국에서는 재현되지 않았으면 바라기 때문이다.

/도도로키 히로시·서울대지리학과박사과정·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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