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며 중앙집권화를 추진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 하나의 승리를 거두었다. 대통령에 반기를 들어도 면책특권이 있는 상원의원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던 지방수장들의 날개를 꺾어 버린 것이다.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23일 푸틴이 상정한 ‘권력수직화 방안’ 가운데 하나인 ‘연방회의(상원) 구성법’을 찬성 308, 반대 86표로 최종 승인했다.
이 법안은 지방수장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에서 부결될 수도 있으나, 러시아 헌법상 하원에서 재적 3분의 2(300명) 이상이 찬성한 경우 상원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확정됐다.
상원 구성법의 골자는 지방정부 수장들과 지방의회 의장의 상원의원 겸직을 폐지하고 대신 이들의 대표로 새로 상원을 구성하는 것. 때문에 89개 자치공화국과 주정부의 지방 수장들은 상원의원이 갖는 면책특권을 상실, 면직되거나 형사기소까지 당할 수 있게 됐다.
지방 수장들은 이제 크렘린의 눈치를 보며 푸틴을 향해 줄을 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원 제1당인 공산당의 몰락까지 예견된다. 이른바 ‘적색지대’로 분류되는 러시아 중부, 시베리아 등의 수장들은 푸틴이 ‘공안정치’를 가동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 공산당 의원들은 이날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으나, 푸틴의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이번 법안은 푸틴이 추구하는 권력 수직화 방안의 일단에 불과하다. 지방정부 및 의회가 연방법에 저촉되는 법률 등을 제정했을 경우 대통령이 해임 또는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 지방수장의 활동마저 위축시킬 개혁안들이 하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법안이 통과되면 러시아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 국가가 되고, 푸틴은 과거 짜르와 같은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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