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25일 집단폐업 철회를 공식 결정함으로써 엿새째 계속된 초유의 ‘의료대란’ 이 일단 종식될 전망이다.그러나 정부-의료계간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갖가지 ‘파행’ 때문에 장기적이고도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선 국민이 겪게될 혼란과 고통은 지금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
우선 약사회가 여야 영수회담 합의사항인 ‘임시국회 회기내 약사법 조기개정’에 반발, ‘의약분업 거부투쟁’을 선언함에 따라 시행을 불과 닷새남긴 의약분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의사측의 동참도 아직은 장담을 못한다. 앞으로 약사법 입법과정에서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과 같다.
사실 ‘임시회기중 약사법 개정’은 의협의 당초 요구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의협은 그동안 약사법의 선보완 후시행을 고집해왔다. 따라서 법개정이 지연되거나, 의협측 입법청원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시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자세다.
신상진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이 이틀만에 거부입장을 번복하면서 “약사법 개정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회원들이 일단 믿은 것으로 보아달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약사들의 반발은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변수다. 대한약사회는 25일 새벽 4시간여에 걸쳐 긴급 상임이사회 마라톤 연석회의를 열어 의약분업 비협조를 결의했다.
신현창 대한약사회 사무총장은 “문제점을 캐기위해 법을 사전에 개정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정부와 정치권이 스스로 원칙을 깨뜨린 만큼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설사 약국이 문을 닫는 사태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약사들이 약사회가 처방전 의약품 비치를 거부하는 등 투쟁에 나서면 의료계 파업 못지않은 ‘공황’을 초래하게 된다.
약사법 개정에 따른 국민들의 혼란도 걱정거리다. 7월1일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같은달 18일까지인 임시국회 회기내에 분업의 근간인 약사법을 고친다는 것은 엄청난 정책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의사와 약사, 그리고 국민 모두가 우왕좌왕할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령 기존 약사법에서는 PTP, 포일 등 낱알구입이 가능했던 의약품이 며칠사이에 구입이 불가능해져 극심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결국 ‘의료대란’의 진정한 종식은 의사 약사 등 시행주체가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 그리고 정부가 약사법 개정과 의약분업 시행후 나타날 혼란을 얼마나 잘 관리해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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