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일 양일간 열리는 이한동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는 휴일인 25일 최종 점검을 하는 등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 헌정 사상 처음 실시되는 만큼 ‘모범적인’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은 까닭이다.한나라당은 “단순한 폭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공직후보자의 국정수행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이총리서리의 부적격성을 부각시킬 주요 쟁점을 간추리는 등 칼날을 벼리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자민련은 방어적 자세에 머물지 않고 이총리서리의 경륜을 알리는 장(場)으로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정치 역정
한나라당은 최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총리서리의 정치 역정을 파헤칠 계획이다. 당적 변경과 ‘DJP공조’에 대한 말바꾸기가 주요 공격 포인트.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총리 부적격자라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총리서리가 입법 사법 행정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점을 집중 부각, 경륜을 갖춘 정치인임을 강조함으로써 야당의 예봉을 꺾는다는 전략이다.
●재산 형성 과정
한나라당은 경기 포천 일대의 부동산 매입 경위 및 자금 출처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총리서리의 부인 조남숙씨와 함께 부동산을 구입한 김경태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도 이 때문. 염곡동 자택 매입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이총리서리 동생 이모씨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된 제보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 내용을 보면 의심은 가는데 이를 증명할 뚜렷한 물증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자민련은 이총리서리가 그동안 비리에 휘말린 적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검은10월단 사건과 풍산금속 노조 문제
한나라당은 ‘고려대 검은 10월단 ’내란음모사건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총리서리가 검사시절 수사했던 이 사건에 조작 및 고문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박원복씨의 입을 통해 이총리서리의 도덕성을 걸고 넘어진다는 전략.
내무장관 시절 풍산금속 노조를 강경 진압한 것은 인권의식과 결부시켜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자민련은 당시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했다는 점 등을 알리는 한편 진압 명령도 관계장관회의를 거치는 등 내무장관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국정수행능력
한나라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성 등 전 분야에 걸친 식견을 묻는 서면질의서를 이미 보낸 상태.
특히 의료대란 및 선거사범 편파 수사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집중적으로 따져 ‘대여 정치 공세’라는 망외(望外)의 소득도 노리고 있다. 정통 보수를 자임하면서 개혁정부의 총리역을 맡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의 여부도 주요 질의 대상이다.
자민련은 이총리서리의 보수노선이 보완적으로 작용, ‘국민의 정부’의 국정 운영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방침. 민주당은 이총리서리에 대한 경제식견을 집중 질의, 일부에서 제기되는 ‘경제 비전문가’라는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계획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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