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착잡하고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의사로서 환자의 곁을 지키는 것은 일생의 의무이자 사명인데… 슬프고 고통스러울 따름입니다.”23일 동료 교수들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하고 돌아선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박윤기(朴允基·56·피부과)교수는 “25년 의대교수 생활에서 오늘이 가장 괴로운 날”이라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박교수는 “의사의 존재이유는 환자를 위한 삶임을 수십년간 가슴에 새겨왔고, 이 점을 제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고자 노력해 왔다”며 “어떤 이유에서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결국 의사로서, 교수로서 나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셈”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박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기 직전까지도 응급실을 찾아 환자들을 돌봤다. 피부과라 경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는 많지 않았지만, 진료업무 차질이 있을까 불안해 차마 돌아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박교수는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국민들에게 엎드려 사죄한다”며 “다만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온갖 비난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의사들이 극단적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박교수 역시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박교수는 “의사협회에서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약사의 임의·대체조제금지 등은 국민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의약분업안에서 시정돼야 할 부분”이라면서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모르쇠’로 일관한 정부의 무신경에 이처럼 불행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교수는 마지막으로 “비록 사직서를 냈지만 동료 교수, 전공의들과 협의해 환자들의 진료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