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전쟁 50주년 특별좌담회/'남북정상회담이후 한국전쟁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전쟁 50주년 특별좌담회/'남북정상회담이후 한국전쟁을'

입력
2000.06.24 00:00
0 0

주제 '남북정상회담이후 한국전쟁을 어떻게 볼것인가'한국일보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어느 때보다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한국전쟁 반발 50주년을 맞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전쟁을 어떻게 볼것인가' 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인 신복룡(건국대 정치외교학과)교수와 박명림(미 하버드대 엔칭연구소)박사, 서주석(한국국방연구원)연구위원은 "한국전쟁의 진실은 규명하되 기원과 책임의 문제는 역사적인 과제로 남겨야 한다"며 "이제는 화해와 용서로 6.25를 극복, 인내와 시간을 가지고 통일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복룡=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는해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남북화해무드가 고조되고 있다.한국전쟁을 기존의 시각으로만 볼 수 없게 됐다. 그동안 한국전쟁에 대해선 말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남북한 모두 정직하지 못했다.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한국전쟁을 극복하는 일이다. 남북한은 50년동안 서로에 대한 악미와작업을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남북문제가 아니라 내부설득을 위한 남남 북북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진실하지 못했던 가면을 벗어야 한다.

서주석=적대의식으로 뭉쳐진 전쟁의 유산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만남 자체가 역사적이었지만 내용도 엄청났다. 이같은 합의를 보면서도 이행 여부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 때문이다.

박명림= 며칠전에 서울에 왔는데 갈가에 '상기하자 6.25'라는 표어와 함께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라는 표어가 붙어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전쟁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리의 과거는 한국전쟁의 단면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미래는 정상회담이 추구하는 화해와 평화에 이다. 상대에게 전쟁의 책임을 씌우려는 의도에서 나온 상호 악마화작업은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도 활용돼 분단과 증오의 단면이 계속 재생산돼왔다.

서주석=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화해와 타협이 미래지향적으로 이뤄진 만큼 전쟁 책임문제는 역사적인 과제로 맡기는게 필요하다. 책임문제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념의 포로가 돼서 이 문제를 다그친 면이 있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즉 전쟁의 나쁜 기억들이 만들어낸 추억들을 극복해내면서 전쟁을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복룡=한국전의 비진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학자들이 비진실성을 학술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기억은 체험이고 현실은 학술이다. 우리는 전쟁의 아픔이 절절했기 때문에 경험으로서의 한국전쟁에서 역사의 전쟁으로 넘어가는데 엄청난 아픔이 있다. 우리는 기억과 역사의 갈등에서 어떻게 평화화 조화를 이룰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픔을 잊을 수는 없더라도 역사라는 긴 안목에서 화해할 수는 있다.

박명림=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한국전을 이해하는 두가지 기본정신을 진실과 화해여야 한다. 진실은 과거의 사실에 대한 정직한 대면이고 여기에는 지적 용기와 함께 현실의 속박을 넘어서려는 몸부림도 필요하다. 갈등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갈등의 역사를 현재적 화해로 전환하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진실은 곧 화해의 출발점이 돼야 하고 화해는 진실에 접근하는 기본정신이 돼야 한다.

서주석=진실과 화해 두가지를 모두 추구해야 한다. 정보화시대에 남들은 달려가는데 전쟁의 상혼과 갈등구조에 갇혀 서로를 욕하고 싸우는데만 집착할 수 없다. 지금은 한국전쟁이 '평화를 촉구하는 메세지'로 작용하고 있다.전쟁이 없었다면 이처럼 강고한 분단구조는 없었을 것이고 전쟁으로 생긴 분단구조를 푸는 길은 일단 통일에 앞서 평화의 정착, 즉 평화로운 단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전쟁을 청산하는 것이다.

박명림=역사를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전쟁의 대립구도에서 양측 국민들에게 씌어진 신화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탈신비화의 과정의 하나는 역사에 대한 대속이다. 선대의 아픔과 고통을 후대들이 진실을 드러내주고 그들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서도 적절한 자리매김을 해주어서 죄를 대신 갚아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그러한 고통이 다시는 현재에 재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고통들을 해명하고 그것이 오늘날 남긴 영향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지 극복방안과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6.25를 기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시작을 기념하는 국가나 민족은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 이제 6.25담론에서 휴전의 의미를 강조하는 7.27담론으로 넘어가야 한다. 차라리 종전을 기념하며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 기억하고 보훈하는데도 의미가 있고 불안정한 종전질서를 극복하려면 통일지향적인 실천내용도 여기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전 50주년을 맞은 올해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6.25담론이 전 사회를 뒤덮었을 것이다. 이 담론은 남북 화해나 남한내부의 역사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복룡=워싱턴 국립문서보존에 가면 '흘러간 것은 새로운 것의 시작이다'라는 현판이 있다. 한국전쟁을 이야기하면서 이땅의우파들이 아픔을 잊을수는 없겠지만 용서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화해와 용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한국전쟁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다시 시작을 못한다. 이 점에서 개전보다 휴전에 의미를 둔다는데 공감한다.

서주석=7월 27일은 공식적으로 무력이 끝났고 휴전선 이남을 지켜냈으며 이로 인해 한국내부의 발전 성장의 밑거름이 만들어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휴전협정을 청산해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역사적인 시발로 7.27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크다.

신복룡=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심정적으로 아슬아슬했다. 외교의 첫번째 원칙은 "외교는 공개돼야 하지만 협상은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밀사는 가슴에 묻고 가야 할 일이 많다. 역사적 진실을 말하고 싶으면 세월이 흐른 다음 이 일이 역사적 사실이 됐을때 회고록을 쓰든지, 기록을 남기면 된다. 어떤 인사는 벌써 월간지에 인터뷰를 한다는데 이는 빗나간 공명심이고, 대단히 위험한 사고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은 어렵사리 얻어낸 작품인데 이듬해인 73년 6.23선언이 나오자마자 북한이 7.4공동성명까지 부인해 버렸다. 내용의 거부가 아니라 협상 방법에 대한 불쾌감때문이다.

서주석=6.15선언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민족간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야 한다고 돼있다는 점이다. 7.4공동성명때는 자주적 해결원칙에 '외세에 의존하거나 간섭을 받지 않고'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번에는 외세부분이 빠져 있다. 사실은 전쟁의 개전부터 따져보면 민족내 모순과 갈등, 분쟁이 외세와의 결합으로 증폭된 것이다.개전작업도 그렇게 이뤄졌고 이후 미국 중국 등 외세들이 끼어들면서 훨씬 더 규모도 커지고 강도도 치열해지고 적대관게도 커지는 증폭의 과정을 거쳤다. 외세와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인데 역시 남북한간의 합의나 관계개선을 현실적으로 제대로 이행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 결국은 민족통합의 길까지 가기 위해선 외세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선언의 의미가 반외세가 아니라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서주석=이번 정상회담 자체가 평화의 메시지였고, 평화를 이루는 엄천난 계기였으며 남북공동선언에서 안보 군사적 문제들을 직접 다루지 않고 뒤로 미룬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초기 단계의 타협이지만 전쟁의 유산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박명림=한국전쟁에서 배울점은 국제적 조건에 대해 좀더 지혜롭게 잘 적응하고 활용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남북한 모두 내부에 잔존해 있는 전후체제 요소의 해체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북한의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이나 형법 같은 것들이다. 세번째로 휴전체제의 종식은 마음 속에서 갈들을 제거하고 정신적 상생과 대화합, 하나되는 대동의 마음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전쟁의 역사는 20세기에 갈무리하고 21세기에는 새로운 화해의 역사를 써야 한다.

신복룡=평화는 500년동안 지속되닥가 분란과 분단이 다시 100년 계속되는 것이 역사의 사이클이다. 통일을 체념하라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냉철한 두뇌로 기다려야 한다. 6.15선언이 대단히 감격스럽고 중요한 사건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는 감격의 거품을 걷어내고 각자 생업에서 좀더 냉정하게 내일을 길게 준비한 것이 필요하다.

좌로부터 신복룡 건대 정외과교수, 박명림 미 하버드대 엔칭연구소 박사,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정리=황양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