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現상법 재벌편법상속 못박아" 판결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변동걸 부장판사)는 23일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삼성전자가 이건희 그룹회장의 장남 재용씨에게 450억원대의 사모(私募)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뒤 신주를 발행한 것은 편법증여”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전환사채 발행무효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 상법상 이사회에서 결의한 CB 발행은 자금조달을 위한 대표이사의 업무행위로 봐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의 CB 발행은 합법”이라며 “재용씨에게 넘어간 CB가 이미 신주로 발행됐고 전체 주식의 0.9%에 불과해 지배권 자체에 큰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신주 발행 자체를 무효화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행 상법은 CB 발행을 이사회의 결의에 맡기고 있어 결과적으로 기업의 지배주주들이 재벌2세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넘겨주기 위한 합법적 도구로 이용할 소지가 있는 만큼 사모방식의 경우 주총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상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서울고법은 지난달 참여연대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재용씨 등 이회장의 자녀들에게 싼 값으로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신주인수권행사등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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