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全大 최고위원 경선8월말로 예정된 민주당의 최고위원 경선이 차기를 겨냥한 ‘파워게임장’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유력한 차기주자인 이인제 상임고문과 ‘콤비’를 이뤄 경선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게 발단이다. 권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경선에 나가야 한다는 권유가 많다”고 말해 출마를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이고문의 출마 결심도 소개, ‘권-이’연대 형성을 기정사실화했다. 권고문의 행보는 다른 차기 주자들을 자극하고 동교동계내의 세력 재편, 당내 세력간 합종연횡 등에도 연쇄 반응을 불러 일으킬 게 확실하다.
■ 조기 가시화 조짐 보이는 합종연횡 구도
현 상황에서는 ‘권고문 등 구세력 중진+이인제’‘한화갑+소장파+개혁파’의 두 세력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권-이’연대는 권고문이 주도하는 구야당출신 중진그룹이 주축. 이고문측 국민신당계의 세(勢)가 미미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실제 권고문은 안동선 의원 등 당 원로·중진들로부터 강한 출마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소장개혁파’연대는 젊은 의원 및 영입파 초·재선그룹이 핵심이다. 문희상 조성준 김한길 설 훈 정동채 의원 등이 우선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한의원 개인적으로는 각종 선거에서 오랜기간 영남 지역을 맡아 온 탓에 영남 지구당위원장들 사이에 만만찮은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다.
■ 묘해진 권력핵심 역학관계
권고문의 출마는 동교동 내부 및 권력 핵심부 역학관계에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당장 한화갑의원측이 당황해 하고 있다. 한 측근은 “권고문이 직접 나서는 선거에 한의원이 출마해도 되는 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황추이를 좀 지켜봐야겠다”며 난감해 했다.
그러나 권고문은 이날 “경선은 선의의 경쟁”이라며 “구민주당때도 동교동계인 나와 한광옥 의원이 최고위원경선에 함께 나간 적이 있다”며 ‘동반출마’에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가의 시각은 또 다르다. “권력핵심부, 특히 동교동내부의 파워게임이 최고위원 경선을 계기로 표면화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동안 당을 장악해 오다시피한 권고문과 청와대 모 핵심인사, 모 핵심당직자 등이 최고위원경선을 통해 특정 인사·그룹쪽으로 힘이 이동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권고문 직접 출마라는 대응수를 결정한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돈다.
■ DJ는 방임주의자?
권고문은 이날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히기에 앞서 전날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권고문이 언제 자기 뜻을 앞세워 움직이는 걸 봤느냐”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한 참모는 “차기 주자들이 모두 출마, 최고위원단에 들어온 뒤에도 지금처럼 권고문이 외곽에 있으면서 이들을 조정하고 조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권고문의 최고위원 출마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DJ의 집권후반기 정국운영 차원에서 파악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권고문은 이인제고문에게도 경선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갑의원측은 “동교동계의 구조상 ‘어른’(김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했으면 벌써 그만뒀을 것”이라며 한의원에게도 DJ의 의중이 실려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춰 한의원도 결국 최고위원 경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DJ의 의도를 놓고선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권고문 부분은 “차기 주자들간의 조정역을 맡기기 위해 최고위원단에 들어가는 것을 용인했다”는 설(說)이 유력하다.
다만 권고문이 먼저 자신의 경선 출마 필요성을 제기했고 김대통령은 이를 수동적으로 수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김대통령은 또 “차기를 생각하고 있는 모든 인사들에게 ‘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이인제고문과 한의원 등에게 직·간접적으로 경선 출마를 유도하지 않았겠느냐”는 시각도 많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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