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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수가인상" 결국 부담은 국민몫

입력
200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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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민주당이 23일 제시한 의료기관 집단폐업 관련 정부 협상안의 핵심 내용중 하나가 의료보험 수가(酬價) 현실화다.당정은 오래동안 저수가, 저급여로 의사들이 고통을 받은 만큼 의료기관의 경영구조를 개선하기위해 9월까지국고 재정지원 등을 포함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의료계의 경영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를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설명이다.

의보수가 현실화는 의료계가 지난 20여년간 주장해 온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단 현실화의 명분은 좋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의 상당부분은 국민부담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약분업 추가 소요재정이다. 정부는 1일 관련 부처 장관명의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의약분업으로 1조5,437억원의 돈이 추가로 들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 직원 인건비, 일반 관리비, 처방전 발행비용 등에, 약게는 임의조제 금지로 인한 수입감소, 처방전 조제인건비 및 관리비 등에 들어가는 예산이다.

정부는 여기에 의약분업이 시행되는 1일부터 처방료를 1,172원, 조제료를 1,053원씩 각각 인상했다. 이것도 의사와 약사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일종의 ‘수가인상’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1조5,000억원이 넘는 총 추가 소요재정 중 4,600억원 가량은 보험료를 올려 충당할 수 밖에 없다는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초래된다. 당장 7월부터 의료보험 통합으로 전체 직장인의 43%인 216만명의 보험료가 인상될 예정이며, 지금 추세라면 비슷한 시기에 자영업자들의 보험료도 오를게 분명하다.

이런 마당에 9월까지 의보수가 현실화 방안이 나오면 이르면 내년부터 보험료가 또 오를 것으로 보여 불과 6개월 사이에 2차례나 보험료가 인상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됐다. 현행 취약한 의보재정으로는 수가인상을 감당할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보수가 현실화는 수가인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며 “국고에서 최대한 커버하겠지만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수가 현실화는 당연하지만 국민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는 선에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가는 부작용만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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