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치닫는 폐업사태 시민들 원성의약분업안을 둘러싼 병원폐업 사태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상처와 경제적 피해만 남긴채 막바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치료를 받지 못해 병세가 심하게 악화했거나 가족의 목숨마저 잃은 시민들은 “이번 사태가 계속 이어지건, 또는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건 간에 결국 상처를 입은 건 애매한 국민 밖에 없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23일 정부·여당이 내놓은 종합대책이란 것도 결국 앞으로 국민부담만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는 점에서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환자와 가족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직업윤리도 망각한 채 환자를 내팽개친 의사들이나 6개월전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도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 최악의 상황까지 끌고간 정부 모두가 회복키 어려운 불신의 대상이 됐다.
다섯살 배기 딸이 소아백혈병으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이재기(李載基·37)씨는 이날 “의사들이 손을 놓는 바람에 일주일간 아이 걱정에 잠도 이루지 못했다”며 “이제는 오히려 환자와 가족 등 국민들이 데모에 나설 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2일 숨진 남편의 장례식장을 지키던 장모(41)씨는 “대형병원에서 제때 치료만 받았더라도 남편이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은 물론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간 정부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의사들은 앞으로 더이상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선생님’소리를 듣거나 대접받을 생각을 말라”면서 “이번 사태로 의사는 사회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질타했고, 대학원생 정영찬(丁榮贊·28)씨도 “이번 환란(患亂)은 결국 의약분업의 파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공간에도 분노의 목소리들이 홍수를 이뤘다. “힘없는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폐업하는 의사나 정부 모두 살인범과 다를 바 없다”(천리안ID 국민만세) “어떤 명분도 사람을 죽게 하는 의사를 떳떳하게 하지는 못한다.”(하이텔 ID bewithme)
의보수가 인상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회사원 김모(32)씨는 “의보수가 인상은 결국 의-약간 밥그릇 싸움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라며 “봉급생활자는 안그래도 과중한 세금에 시달리는데 의료보험료마저 또다시 인상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고, 오영주(吳映周·30)씨는 “의약분업의 혜택보다는 과도한 비용으로 국민만 우롱당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불편과 의료비 부담, 의사와 약사의 동의라는 4가지 조건을 이끌어 내지 못해 국민들만 피해를 입고 앞으로도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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