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한국의 푸밍샤래요, 글쎄.” 한국 여자다이빙계에 오랫만에 샛별이 떴다. 1990년대 세계 여자다이빙계를 주름잡았던 중국의 푸밍샤를 꼭 빼닮은 최혜진(17·서울체고3)이 그 주인공.최혜진은 23일 끝난 해군참모총장배 전국수영대회서 주종목인 10m 플랫폼(377.67점)은 물론 1m 스프링(186점)과 3m 스프링(397.65점)까지 휩쓸며 대회 첫 3관왕이 됐다.
국내에는 적수가 없는 그에게 사실 이번 대회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시드니올림픽을 대비해 온 그로서는 중간점검 차원에서 게을리할 수 없었다.
여자다이빙 선수로는 유일하게 시드니올림픽 티켓을 따낸 최혜진은 이미 ‘절반의 국제스타’다. 지난 해 6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컵 그랑프리다이빙대회 10m 플랫폼부문에서 7위까지 오르며 단숨에 신데렐라가 된 것.
강덕초등교 4학년때부터 가르쳐온 류득하감독은 “슬럼프없이 꾸준히 기량이 향상되는 선수”라며 흐뭇해 했다. 또 “순발력과 파워가 뛰어난데다 머리까지 영리해 장래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훈련때 갈고닦은 그림같은 입수장면이 실전에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백트위스트’라고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0㎙ 플랫폼에 뒤로 선 채 2바퀴반을 도는게 주무기인 그는 틈틈이 즐기는 인터넷서핑으로 고된 훈련을 달랜다. 물론 막내딸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아버지 최동주(54)씨도 그에겐 큰 힘이다.
160㎝, 53㎏의 사춘기소녀는 한국수영 역사상 처음으로 12명이 겨루는 올림픽 결승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그 때문인지 새벽 6시부터 1시간반동안 계속되는 훈련은 물론 방과후부터 시작되는 강훈련도 군소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류감독은 “고소공포증을 줄이는데 필수인 지상훈련장도 없고, 선수풀도 100여명에 불과한 한국다이빙계서 올림픽결승 진출은 꿈같은 일이다”고 덧붙이면서도 최혜진에게 기적같은 희망을 걸어보고 있다. 과연 그가 금메달보다 값진 승전보를 전해올 지 주목된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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