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의료수준 세계 58위라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191개국이 가입한 세계보건기구(WHO)가 회원국 의료체계를 분석해 발표한 ‘세계보건 200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태국(47위), 말레이시아(49위)보다 훨씬 뒤처진 나라로 평가됐다. 특히 유아 사망률과 평균연령 등을 기초로 한 국민건강 수준 항목에서는 107위를 차지해 의료 후진국이란 오명이 억울할 것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이 순위는 계층간 의료혜택 평등도, 환자의 만족도, 의료체계의 효율성간 연관도, 소득수준과 의료서비스 단계의 대비 등 국민의료 전반의 질을 비교분석한 종합적인 의료수준 평가자료다. 1인당 보건복지 예산액 항목에서는 31위나 되면서도 전체적으로 그렇게 순위가 낮은 것은 의료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국 의료진의 기술이나 학문의 수준, 또는 의료기관의 시설과 장비면에서 결코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오히려 비교우위를 점하는 분야도 있다고 들었다. 1인당 보건복지 예산이 가장 많은 미국이 37위로 밀려나고 훨씬 낮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상위를 점한 것으로 보아도,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이 중요한 평가기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의약분업 같은 의료체계 선진화가 시급한 과제임을 또 한번 인식하게 된다.
근래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이렇게 낮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없었다. 특히 유아 사망률과 평균연령을 기초로 한 국민건강 수준이 107위라는 쇼킹한 성적표는 무엇 때문인지, 나라의 명예를 건 규명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불명예가 세계 최고의 항생제 내성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97년 세계보건기구 조사를 보면 폐렴구균에 대한 페니실린 내성률은 한국인이 84%로 단연 세계 1위였다. 9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1,000명당 33명이 매일 항생제를 먹고있다고 한다. 이러니 웬만한 고단위 항생제 아니면 약발이 듣지 않는 체질이 된 것이다. 높은 유아사망률, 짧은 평균수명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된 원인은 의료수가는 낮고 약값 비중은 높은 의료비 구조에 있다. 수입을 올리기 위해 약을 과다하게 투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료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의약분업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의약품 오·남용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수준까지 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