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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국가보안법 개정이냐 폐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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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국가보안법 개정이냐 폐지냐

입력
200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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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국가보안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개정이냐, 폐지냐를 놓고선 주장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아직은 북한의 대남 전략에 뚜렷한 변화가 없는 만큼 일부 문제조항만 고치자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편에선 아예 폐지해 악용소지를 없애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개정

대한민국의 적화 통일전략을 밝히고 있는 북한 노동당 규약과 역시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 형법이 바뀌지않는 한 국가보안법의 전면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한반도 공산화통일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해방 이후 오늘까지 선남조선 혁명, 후공산화 통일이라는 대남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런 적화 야욕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면 이에 대응하는 법률이 있어야하며 국보법은 그래서 필요하다.

물론 과거 법의 운용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과 그로 인한 인권탄압이 있었던 것은 매우 불행한 일로 더 이상 그같은 일이 있어선 절대 안될 것이다. 그래서 사상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지적을 받고있는 일부 조항(제7조 찬양·고무·동조죄. 제10조 불고지죄)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와 국회의 검토를 거치는 등 신중을 기해 개정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본다.

최근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화해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크게 반길 일이다. 1989년 출범 당시 ‘극좌를 반대하는 것과 같이 극우도 배제한다’고 천명한 우리 연맹이 정상회담을 지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북정상의 합의 내용이 이행단계에 들어가지 않았고 북한의 대남전략도 명시적으로 철회되지 않았다. 북한이 대남 전략을 포기하지 않은 이상 국보법을 무작정 폐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부에서는 국보법이 없어도 형법 등으로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형법으로 다룰 수 없는 부분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국보법없이 북한의 대남 활동을 막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북한이 노동당 규약 전문과 형법 조항 등을 수정한다면 국보법의 손질 폭도 상당히 커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국보법의 전면 폐지문제는 북한의 조치, 실천의지를 지켜보면서 대체 입법 등 안전장치가 마련된 후 순차적으로 검토해야할 것이다.

/장수근 한국자유총연맹 연구실장

■폐지

국가보안법은 이제 존립 명분도, 법으로서의 실효성도 잃게됐다.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채택, 유엔 동시가입 등으로 남·북이 국제법상 한 나라안에 존재하는 불법단체나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만방에 선언했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6·15 선언이 나옴으로써 국보법은 설 자리를 잃게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 국보법은 개정이나 대체 입법이 아니라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여당이 내놓은 국보법 개정 시안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정 시안은 제2조를 완화,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시키고 제7조의 찬양고무죄 일부 조항과 10조 불고지죄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하지만 ‘정부를 참칭하거나’등의 일부 문구를 빼는 것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현행 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처벌 규정만은 북한을 철저히 반국가단체로 상정하고 있다.

7조도 대표적 독소 조항인 3항(이적단체 구성 가입죄)은 살려둔 채 개정하려 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1일까지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된 649명중 95.8%(632명)가 7조 위반이고 그중에서도 92%(572명)가 3항 위반이라는 데서도 개정론의 허구가 드러난다.

대체 입법 이야기도 나오지만 사상·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국보법이 아닌 다른 이름의 법으로 보존하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그것은 사회안전법을 보안관찰법으로, 사상전향제도를 준법서약제로 대체입법했던 지난 잘못의 되풀이에 다름 아니다.

국보법은 법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해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되고 법률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에 따라 유추, 확장돼 사건을 조작하거나 가중처벌 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자 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시켜야 한다. 누구는 평양을 다녀와도 괜찮고 누구는 가지 않았는데도 똑같은 7·4남북공동성명 정신을 따랐다는 이유로 구속돼서는 곤란할 것이다.

/권오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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