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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응급실마저 마비된다

입력
200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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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비상근무 참았던 환자몰려공공의료기관도 이젠 탈진상태

인명사고 불가피 누가 책임지나

의사들의 집단 폐업이 22일로 사흘째를 지나면서 의료‘대란’이 의료‘재앙’ 수준으로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전공의(레지던트 및 인턴) 파업에 이어 23일부터는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키로 결의, 대학병원 진료는 사실상 완전 마비되게 됐다.

○…대학병원 진료가 완전 중단되면 응급환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포화상태를 넘긴 국공립병원,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과 일부 문을 연 병·의원으로 몰려들게 돼 이들 의료기관의 상황도 더더욱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관계당국과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이날 서울대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예정대로 23일 집단사직서를 대학측에 전달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 62개 대학부속병원 운영이 23일부터 완전 마비될 것으로 우려된다.

○…힘겹게 진료중인 국공립병원,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 의사들은 연일 밤을 새다시피 한 비상근무로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시설 수용능력은 포화상태로 가고 있다.

나흘째 비상체제에 돌입한 국립의료원은 환자가 3∼4배나 늘어나면서 진료 용량 초과로 한계에 봉착한 실정이다.

최근 수족구와 바이러스성 감기 및 발진 환자가 급증한 소아과의 경우 하루 외래환자가 50명에서 150명 이상으로 급증, 스태프 전원이 야간진료와 당직까지 겸하며 총력전을 펼치지만 “이젠 며칠 못버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소아과 고재욱(40) 전문의는 “나흘째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체력적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라며 “자신도 모르게 졸음운전을 하는 것처럼 언제 오진이나 의료사고가 발생할 지 모르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지치기는 보건소 의사도 마찬가지.

서울 강남보건소는 진료의 3명이 진료과목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비상근무중이고 24시간 3개조 근무중인 용산보건소 의사들도 이미 진이 빠진 상태다.

○…특히 대형병원에서 밀려난 환자들이 대거 몰린 중소병원들은 인력과 의료기기 부족으로 의료사고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중앙병원 협력병원인 강동구 K병원 내과 K과장은 “응급실에서 꼬박 밤을 새고 오전부터 외래를 봐야 하는데 몸도 마음도 지친다”며 “진료기기마저 부족해 의료사고가 날까봐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환자들도 진료를 받기 위해 3∼4개 병원을 전전하거나 하루 종일 대기석에서 기다려야 해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립의료원 소아과 대기석에서 3시간을 기다렸다는 주부 강모(26·서울 서대문구 무악동)씨는 “5개월 된 아이가 심한 감기로 3일이나 고생했다”며 “병원 4군데를 돌아다니다 겨우 이곳을 찾았지만 하루 종일 차례만 기다리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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